해외 언론, '韓中 다른 아시아 국가와 다르다'

[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 확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아시아 국가 중에서 한국과 중국이 비교적 안전한 반면 일본 인도 베트남은 상대적으로 위험요인이 크다는 것이 외신의 분석이다.

이같은 평가는 2008년 금융위기 발발시 외신들이 연일 한국의 위기를 지적하던 모습과 180도 바뀐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아시아가 다른 지역보다 유럽위기의 영향을 덜 받고 있지만 유럽에 대한 무역 의존도, 유럽 금융시장과의 연계 정도, 외화보유액, 중앙은행의 금리정책 여력 등에 따라 국가마다 위험이 달라진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WSJ은 한국과 중국이 아시아에서 유럽의 위기를 견딜 수 있는 체력과 수단을 갖고있는 국가라고 평가했다.

한국은 유럽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지만 금융위기시와 비교해 외화 보유액이 증가했고 은행들이 외국의 단기자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서 위기에 대한 충격 완화효과를 낼 것이란 해석이다.

중국은 재정 상태가 양호한데다 외화 보유액을 감안할때 자체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

WSJ은 두 나라를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했다.

일본은 국내총생산(GDP)의 200%가 넘는 정부 부채로 경기 부양책을 사용할 여력이 없다. 오히려 소비세 인상을 추진해야할 처지다. 금리도 제로 수준이어서 금리 인하카드를 쓸 수도 없다. 재정과 통화 정책 모두 손발이 묶였다는 의미다.

유럽위기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생겨나며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도 일본 경제에 위협이 되고 있다. 안그래도 경제 침체로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환율 효과로 가격 경쟁력마저 떨어지는 형국이다.

인도는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위기에 더 취약해졌다. 급기야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투자적격 신용등급 탈락을 경고할 정도다.

경상수지 적자가 심각한데다 정부 부채도 많아 경기 부양책을 쓸 수도 없고 하루가 모르게 상승하는 물가로 인해 금리 인하 카드를 쓸 수도 없다. 위기시 완충 역할을 해야하는 외환 보유액마저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줄었다.

베트남은 유럽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유럽에 대한 수출이 GDP의 13%를 차지할 정도. 성장 둔화와 높은 물가에 은행의 차입 규모가 커 경기 부양책을 꺼내들기란 쉽지 않다.

싱가포르은행의 이코노미스트인 리처드 제럼은 "2008년 금융위기 때 목격했듯이 단기적으로는 위기를 피할 수 없다"면서도 "아시아는 유럽의 위기를 잘 버틸수 있고 유럽의 완만한 침체는 아시아에 심각한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