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전 피치에 이어 13일(현지시간) 무디스까지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이 잇따라 스페인의 국가 신용등급을 끌어내렸지만, 정부는 비교적 담담하게 시장 반응을 살피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각 국이 신호대기를 하며 곧 빨간불이 들어올 줄 알고 있었던 상황 아니었냐"면서 추가로 부동산 규제를 풀거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경기 방어에 나설 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주 전 피치도 같은 평가를 내렸다. 피치는 'A'였던 스페인의 국가 신용등급을 'BBB'로 3단계 강등했다 .투자적격 그룹 최저 수준인 'BBB-'보다는 한 단계 위지만, '부정적'인 등급전망을 고려하면 몇 달 뒤 상황도 내다보기 어렵다. 국가 신용등급이 이 수준이라면 사실상 국가 부도 사태로 봐도 무리가 없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4위의 경제대국 스페인이 이런 상황에 놓였지만 우리 정부는 "기존 대응 태세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부동산 규제 완화나 추경 편성 등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고용 통계가 나쁘지 않은 지금 상황에선 추경을 할 수 없다"면서 "야당이 추경을 주장하는 건 정부가 정책실패를 자인하는 모양새가 되는데다 유권자들에게 생색을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기를 방어하는 최후의 보루가 재정인데 이건 한 번 풀어놓으면 (빚이)눈덩이처럼 불어난다"면서 "가까운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달까지 취업자 수는 8개월 연속 40만명 이상 늘어 사상 처음 250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 연간 성장률도 3%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대량 실업에다 마이너스 성장을 예약한 유로존이 보기에는 부러운 수준이다. 국가재정법은 추경 편성 요건을 ▲전쟁 ▲대규모 자연재해 ▲대내외 여건의 중대한 변화(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등) 혹은 변화 우려 ▲법령에 따른 국가 지출 증가 사유 발생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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