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팔방에서 연결되는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 국회의원 보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의원 수가 적어서 그런가. 19대 국회의원이 18대보다 한 명 많은 300명이나 되므로 설득력이 떨어진다. 애당초 의원님들은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지 않는다. 개원 초기에는 지하철ㆍ버스를 이용하거나 소형차나 경차를 직접 몰고 나오는 의원도 있다. 워낙 흔치 않은 일이라 이게 기사거리가 된다. 하지만 이도 잠시, 얼마 안 가 대형 승용차와 접대 문화에 푹 빠져든다. 그도 그럴 것이 운전기사(비서관 대우) 봉급에 기름값(월 110만원), 차량유지비(월 35만원)까지 죄다 국민 세금으로 대주니 안락한 승용차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특급호텔이 부럽지 않다는 2213억원짜리 새 의원회관 널찍한 방에 똬리를 튼 분들은 더욱 그럴 게다.
대중교통 수단, 특히 지하철은 우리네 삶의 축소판이다. 어느새 네 귀퉁이 경로석 열두 자리가 모자란 전동차 안에서 앉을 자리를 놓고 세대 갈등이 빚어진다. 경로석을 놓고 노인끼리 다투는 '노노(老老)갈등'도 나타난다. 누적되는 65세 이상 '지공(지하철 공짜)거사'들의 공짜 운임은 해묵은 지하철 적자 해소 방안과 함께 과잉복지 논쟁까지 불러일으킨다.
고령화와 복지 문제의 단편만 노출될까. 우리 사회 최대 현안인 양극화 현상도 곳곳에서 목격된다. 차내 경고방송에 움찔하고 지하철경찰에 쫓기면서도 단돈 1000원짜리 물건 하나라도 더 팔려고 애쓰는 이동상인들. 버려진 신문지를 한 장이라도 더 수집하려고 전동차를 가로질러 뛰어다니며 키가 닿지 않는 선반을 향해 토끼뜀질을 해대는 노인들….
굳이 따로 시간을 내 민생 탐방에 나설 필요도 없다. 여의도 의사당으로 출퇴근하면서 지하철과 전철, 버스를 자주 타면 민생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말로만 국민을 바라보는 게 아닌, 진정으로 민생을 위한 정책이 어떤 것인지 깨우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환승입니다'란 말의 의미와 그것이 던져주는 요금 할인의 기쁨까지 덤으로 느낄 수 있다.
양재찬 논설실장 jayang@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