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스 “이대호 충분히 잘해주고 있다” 극찬…데뷔 시즌 기록 경신 가능성 높아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1995년부터 지도자의 길을 걸은 스기모토 타다시는 2010년 KIA 타이거즈에서 투수코치를 담당했다. 그는 이듬해 12월 가진 ‘스포츠나비’와의 인터뷰에서 이대호(오릭스 버팔로스)의 일본리그 정착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일본 역대 최고의 외국인선수로 손꼽히는 부머 웰스까지 언급했다. 웰스는 한큐 브레이브스(오릭스 전신) 유니폼을 입은 1984년 외국인 최초로 타격 3관왕(타율 3할5푼5리 37홈런 130타점)에 오른 슈퍼스타다. 일본에서 10년 동안 1148경기를 뛰며 타율 3할1푼7리를 기록했다. 홈런도 무려 277개나 때렸다. 스기모토 코치의 눈에 이대호는 웰스와 흡사해보였다.
“체형이 비슷한 둘은 모두 몸 쪽 낮은 공을 잘 친다. 스윙이 부드럽고 어떤 볼에도 대응할 수 있다. 유연성도 좋다. 몸 쪽 높은 코스에 보이는 약점마저 닮았다.”
모든 기록들은 더 향상될 수 있다. 리그 적응을 알린 5월의 타격감이 6월의 첫 경기에서도 여지없이 나타난 까닭이다. 이대호는 2일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교류 홈경기에 4번 1루수로 선발 출전, 4타수 4안타 3타점 1득점의 만점활약을 뽐냈다. 일본리그 진출 처음으로 4안타를 몰아치며 연속 안타(7경기)와 연속 타점(5경기) 행진을 모두 이어나갔다.
수확은 두 가지 더 있다. 경기 전 이대호의 요미우리전 타율은 1할4푼3리에 머물렀다. 이날 맹타로 수치는 4할5푼5리가 됐다. 이대호는 상대 에이스에게 당했던 굴욕도 함께 되갚았다. 지난 시즌 센트럴리그 신인왕을 차지한 사와무라 히로카즈다. 시범경기 세 차례 맞대결에선 모두 범타로 물러났지만 이날 세 차례 승부에선 3안타로 두들겼다. 사와무라는 6.1이닝 동안 5실점하며 시즌 5패째를 떠안았다. 에이스의 난조로 요미우리는 올 시즌 최다 실점(7점) 타이를 기록했다. 하라 다츠노리 요미우리 감독은 “사와무라가 이대호를 조금 더 의식하고 던졌어야 했다. 전력을 쏟지 않아 이런 결과가 나왔다”라며 아쉬워했다.
이대호는 경기 뒤 가진 인터뷰에서 “선발투수 데라하라 하야토(7이닝 2실점)가 잘 막아주고 앞 타순의 타자들이 많이 살아나가 찬스를 많이 만들어줬다. 그 덕에 좋은 타격을 한 것 같다. 고맙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동료들에게 공을 돌리는 모습에 관중들은 일제히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그 크기는 시구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여 년 전의 웰스와 같이 이대호는 어느덧 오릭스 팬들에게 감사받는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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