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사과 한 상자에 8만원...똥값 오렌지 한 상자 1만원
국산 과일 비싸 못 먹어...수입 과일만 잘 나가네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청과시장에 사람이 없다. 한창 바쁠 시간이지만 100여 미터가 넘는 시장 거리에는 적막감이 감돈다. 얼마나 사람이 없었으면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이곳 영등포 청과시장은 도매시장이기는 하나 일반 소비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장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모습이 많이 퇴색된 느낌이다.
ㅇㅇ상회 상인은 "몇 일 전만해도 2만원을 훌쩍 넘어가던 수박이 1만원 대로 떨어지고, 금값이던 참외의 가격도 떨어지고 있지만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손님도 없는데 문을 열면 뭐하냐"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인근 ㅇㅇ상회 주인 역시 "장사가 너무 안 돼 큰 걱정"이라며 "차라리 총선 때는 지나다니는 사람이라도 많아 장사라도 잘됐지만 지금은 과일 한 상자 팔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뜩이나 장사가 안 돼 죽을 맛인데 영등포 주변은 현대화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할인점, 백화점 등이 급속도로 많아졌다"며 "가보면 알겠지만 한 상자에 8만원하는 사과와 한 상자에 6만원하는 배를 비롯해 수박과 참외 등이 잘 팔리고 있지만 청과시장은 이들에게 밀려 파리만 날린다. 상인들은 그저 막막하다"고 고개를 떨궜다.
실제로 인근 신세계백화점이나 롯데백화점 식품관 과일 코너에는 과일을 사려는 수많은 고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또 다른 ㅇㅇ상회 주인도 "영등포 청과시장은 한때는 소매비중을 늘리기 위해 24시간 영업을 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손님이 없다보니 12시에서 새벽 1시를 넘어가면 문을 닫는다"며 "경기침체에 따른 어려움과 날씨와 계절적 요인에 따른 국내산 과일의 가격 상승 등이 상인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최근 길거리를 걷다 보면 1톤 소형트럭의 과일차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최근 어려움을 견디다 못한 일부 상인들이 직접 1톤 소형트럭을 구입해 거리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강서농산물도매시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상인들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길거리에서 만난 과일차 아저씨는 "처음에는 과일가게를 운영했다. 장사가 잘 될때는 좋았지만 장사가 어려워지고 임대료가 버겁다보니 가게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지금은 이 트럭이 든든한 생계 수단이 됐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이광호 기자 k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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