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단말기자급제(일명 블랙리스트제)가 시행된 지 열흘 남짓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동통신사 중심의 단말기(휴대전화) 유통구조를 바꿔 요금을 낮추고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은 단말기 제조사로 하여금 저가 휴대폰을 생산하게 해 궁극적으로 이용자들의 통신비(단말기값ㆍ요금)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단말기자급제를 시행했다.
취지는 좋았다. 하지만 제도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이동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들은 소극적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시장에서 과점적 기득권을 누려온 이동통신사들은 제도 시행 일주일 뒤에 마지못해 인하된 요금제를 내놨고 해마다 값비싼 단말기를 출시해 돈벌이를 해 온 제조사들 역시 저가 단말기 출시에는 적극적이지 않다.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시작된 단말기자급제는 시행 첫주부터 여러 문제를 드러냈고 그러면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아직도 대형마트와 대리점 등 공단말기를 파는 곳을 찾기 어렵고 새 제도를 이해하는 판매직원들도 많지 않다. 제조사 직영 판매점포에도 고가 신제품들이 진열장을 메우고 있을뿐 단말기자급제용으로 적합한 제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 과정에 단말기자급제를 이용하려는 (아직은 극소수지만) 이용자들의 불편과 불만은 늘고 있다. 공단말기를 어렵게 마련하고도 대리점 등 휴대전화 개통을 하러 간 곳에서 엉뚱한 설명만 듣기 일쑤다.
어떤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는 자사에서 유심(USIMㆍ가입자식별모듈) 개통자들을 위해 내놓은 할인 요금제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고 기존 스마트폰 요금제 표를 들이밀며 개통을 권유하고 다른 이동통신사 판매점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새 제도를 만들어 내고 정책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이동통신사ㆍ제조사 등 민간기업의 참여와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은 방통위의 몫이다. 이런 측면에서 방통위는 정책 실행자에게 쏠리는 갖가지 비판을 감수해야한다. 초기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해도 제도의 취지를 살리고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완벽을 기하는 게 행정관청의 역할이기도 하다.
그러면 이쯤에서 제도 실패를 인정하고 없던 일로 해야할까. 단말기자급제는 시행 초기부터 여러 문제로 삐걱거리고 있지만 최근 새 제도에 쏟아지는 비판의 수위는 지나친 면이 있다.
발전적 비판은 미처 생각지 못한 오류를 찾아내고 그것을 더 효율적으로 이끄는 건전한 감시와 조정 기능을 하게 된다. 취지가 정당하다면 장점은 부각시키고 단점은 보완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이용자들이 새 제도를 문제투성이로만 인식하면 결국 이동통신사와 제조사에게만 좋은 일을 하는 것이다.
국토해양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이 어제(10일) '5.10 부동산대책'을 내놨다. 대책이 발표된 지 반나절도 안돼 한쪽에서는 시장에서 시큰둥하는 약발없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통신이건 부동산시장이건 새 정책이나 제도가 마련된 이후 경천동지할 변화가 일어나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서서히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시장이 변하는 속도를 봐 가며 보완하고 다듬어 나가는 것이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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