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도네시아 발리와 자바 섬 등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세계적인 관광지 발리에선 태평양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근사한 리조트에 머물렀다. 작열하는 태양 볕을 피해 방갈로에 엎드려 아름다운 하늘과 바다를 바라다보고 있었다.
순간 바닷가 근처에 수많은 사람이 운집해 있는 광경이 보였다. 무슨 일인가 해서 호텔 직원에게 물었더니 힌두교 사원에 기도하러 온 신자들이라고 했다. 힌두교 사원이라는 말에 귀가 번쩍 띄었다. 인도에 관심이 많은 필자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바로 그곳으로 다가갔다. 힌두교 사원의 모습은 절경이었다. 육지 인근 바닷속에 자리한 돛단배 형상의 사원은 부서지는 하얀 파도에 떠밀려 흔들거렸다. 사원 이름은 타나흐 로트(Tanah Lot). 발리에서 유명한 힌두교 사원이라고 했다. 사원 주변에는 인도풍의 흰색 복장을 하고 기도를 드리는 사람이 매우 많았다. 또 인도식 기념물과 건축도 널려 있었다.
발리는 인도네시아에서 인도의 영향이 깊게 남아 있는 곳이다. 발리 인구의 92%가 힌두교를 믿는다. 따라서 발리 곳곳에선 인도 스타일의 유적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발리만이 아니다. 인도네시아는 2세기부터 1000년 이상 인도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13세기 이슬람이 들어오기 전 인도네시아는 인도 문화권이었다. 자바 섬 족자카르타 인근의 유명한 프람바난 사원은 그 좋은 예다. 프람바난은 동남아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힌두교 사원으로 꼽힌다. 자바 섬에 위치한 기념비적 불교사원 보로부두르도 인도 불교의 영향을 받은 유적군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종종 인도네시아와 인도를 혼동한다. '인도'라는 단어를 공통으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인도네시아(Indonesia)란 국명은 인도(印度)를 의미하는 접두어 '인도(Indo)'와 섬을 뜻하는 그리스어 '네시아'의 합성어이다. 즉, 인도네시아는 '인도의 섬'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렇게 보면 인도와 인도네시아를 혼동하는 것도 당연하다. 국가 이름에서도 인도의 이름을 차용할 만큼 인도네시아가 인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방증이다.
인근 말레이시아의 국명도 마찬가지다. 산(山)을 뜻하는 인도 산스크리트어 말라야(Malaya)와 군도(群島)를 뜻하는 '시아'의 합성어이다. 말레이시아가 산이 많은 몇 개의 연방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싱가포르란 이름도 '사자의 마을'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싱하푸라(Singhapura)에서 유래한 말이다.
비단 국명에 그치지 않는다. 인도 문화는 문자, 언어, 종교, 건축, 사원, 학술, 문학, 관습 등 매우 다양한 영역에서 동남아에 큰 영향을 끼쳤다.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는 힌두교의 신 비쉬누를 기념해 만든 사원이다. 베트남 각지에 보이는 참파 유적군, 힌두교 무르간 신의 전설이 깃든 말레이시아의 바투동굴 유적, 인도 아요디야 이름을 딴 태국의 아유타야 유적 등 셀 수 없이 많은 인도의 문화 흔적이 동남아에 남아 있다.
특이한 점은 과거 동남아의 '인도화'가 인도의 군사적 정복이나 무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인도와 동남아 간 교역이 활발해지고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인도화가 이루어졌다.
요즘 동남아시아 어디에서든 인도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도 경제가 발전하면서 소득이 높아진 인도인이 관광이나 사업 목적으로 자주 찾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동남아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은 향후 인도 기업인들과 자주 부딪칠 것이다. 인도에 진출하지 않더라도 이제 인도 기업인들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추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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