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반영하듯 개별 자치단체마다 다양한 형태와 이름으로 주민참여형 도시계획을 정책의 우선가치로 표방하고 있다. 그동안 개별 계획의 수혜자 또는 피해자, 방관자로 도시계획으로부터 소외되어 있던 또 하나의 도시계획 주체인 주민이 그 전면으로 나서게 된 것이다. 많은 이들은 드디어 진정한 의미의 도시계획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안도하며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다. 즉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도시계획 말이다.
뉴타운 문제를 되짚어 보면 주민은 스스로가 자신의 공간을 직접 계획하기보다는 정치적 공약이나 행정에 이용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난 18대 총선 당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내세운 뉴타운 개발 공약은 당락의 주요 변수가 되었다. 그러나 현재 19대 총선에서는 뉴타운 지정을 어떻게 철회하고 대체할 것인가로 탈바꿈하였다. 정치인은 도시를 재생하고 개선하는 차원에서 정책 파트너로 주민을 대하기보다는 대규모 개발을 통한 부동산 추가 수익을 운운하며 먹고살기 힘든 주민을 현혹한 측면이 강했다.
행정기관은 상황에 따라 사실상 자신들의 정책 및 계획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주민을 대하는 행정 편의적 행태를 보이면서 여전히 무책임과 관성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주민은 자신의 토지를 삶의 공간이란 공적 개념이 아닌 하나의 사적 소유물이자 자본이 회수될 수 있는 하나의 상품으로 보고, 사적 기대이익을 가장 높게 제시한 정치인에게 표를 던진 이기적 집단과 다를 바 없었다. 누구도 정주성이 훼손된 우리 모두의 공간에 대해 성의 있는 책임을 지려 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되어 있다. 즉, 우리의 삶의 터전을 어떻게 가꾸고 개선해 나갈 것인가는 모두 우리에게 달려 있고 선거를 통해 주민은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과 행정기관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주변과 이웃을 맺고 거주하는 공간에 애착심을 가지며 우리의 공간을 어떻게 가꾸어 갈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단 하나의 질문은 바로 이것임을 상기해야 한다. 과연 우리는 합리적 이성을 지닌 국민이며, 우리의 삶의 터전인 도시에 착한 주민인가.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