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영화에서도 '대박' 배우 - '화차'의 이선균 인터뷰
[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기분 좋습니다. 사실 개봉 전에 전국 팔도 방방곡곡 무대 인사 다니면서 자신감이 붙었어요. 관객들이 호의적으로 영화를 보고 있고, 그것도 완전히 이야기에 빠져서 영화적인 재미를 느끼고 있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었거든요."
배우 이선균(38)의 목소리는 한껏 들떠 있었다. 그럴만 하다. '커피 프린스 1호점' '파스타' 등 그가 출연한 TV 드라마들이 '대박'을 낸 것과는 달리 영화 쪽에서 이선균의 타율은 그리 좋지 않았다. 이선균이 최강희와 함께 출연한 로맨틱 코미디 '쩨쩨한 로맨스'(2010)가 전국 210만 명 관객 동원으로 그의 최고 흥행작이다. 지난 2006년에 출연한 '손님은 왕이다' '잔혹한 출근'을 필두로 '로맨틱 아일랜드' '우리 동네' '체포왕' 등 이선균이 출연한 상업 영화들의 흥행 성적은 참담했다.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와 '밤과 낮', 박찬옥 감독의 '파주'도 국내ㆍ외 주요 영화제들의 극찬과는 어울리지 않는 흥행을 기록했다.
상황이 돌변했다. 배우 이선균에게 있어 '화차'는 '지옥으로 가는 기차(火車)'가 아닌, 꽃마차(花車)다. 8일 개봉되어 이제 개봉 3주 차에 접어든 '화차'가 전국 17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게다가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좋은 입소문을 등에 업고 '화차'는 여전히 50%가 넘는 관객 점유율을 기록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TV 드라마에서의 '달달'한 이미지로 인기와 돈을 얻은 이선균은 연기에서는 허전함을 느꼈다. 그는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밝고 가벼운 역할 말고 가슴 깊은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깊은 감정 연기를 하고 싶었다. '화차'의 시나리오가 이선균에게 온 것은 이즈음의 일이다. "완성된 시나리오를 본 후에 소설을 읽었어요. 변영주 감독님('밀애' '발레교습소')이 정말 각색을 효과적으로 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원작에서는 조연에 불과했던 문호를 극의 중심으로 끌어온 것도 좋았습니다. 전작들에서는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무겁고 침잠(沈潛)된 연기를 할 절호의 기회로 여겼죠."
갑자기 사라진 약혼녀 선영(김민희 분)의 과거 속으로 들어가는 문호를 연기하는 데 있어 이선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문호가 느끼는 감정의 미세한 변화였다. '화차'는 걱정과 분노, 이해, 연민, 사랑 등 문호의 복잡다단한 감정선을 쫓으며 이야기를 진행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영화. 이선균은 "내가 문호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런 기막힌 일이 보통 사람에게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을까?" 등 여러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단순히 기계적 연기가 아닌, 문호의 상황을 완전히 이해하고 싶었던 것이다. 영리한 선택이었다. 이선균은 문호의 힘겹고 폭발할 것 같은 감정 강약을 조절하며 관찰자로서 극 중심을 확실히 잡았다.
이선균은 바쁘다. 임수정과 짝을 이룬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이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준 권석장 PD의 신작 TV 드라마 '골든 타임' 출연도 확정됐다. 그 다음에는 한국 최고의 아트하우스 감독 홍상수의 신작 영화에도 합류해야 한다. 장르도 캐릭터도, 작품 분위기도 다 다르다. "배우로서 혹은 인간으로서 책임감을 많이 느껴요. 사실, 잊혀지는 건 순간이잖아요. 여러 가지 패를 만들어야 하는 시점인 것 같습니다. 제가 가진 기존 이미지와 연기력에서 밖으로 확장시켜야죠. 평생 그렇게 해야할 것 같아요.(웃음)" 지나친 겸손의 말이다. 이미 '화차'에서 우리는 배우 이선균이 조금씩 커지고 있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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