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기획재정부 복지 태스크포스팀(TF)의 '복지 대차대조표'다. 재정부는 하루 전 정치권의 복지 공약을 다 들어주려면 5년 동안 최대 340조원이 필요하다고 추계했다. 복지 포퓰리즘에 대한 선전포고였다.
이용섭 민주통합당 정책위 의장도 "정치권과 전면전을 하겠다는 건 매우 부적절하고 위험하다"고 맞섰다. "민생을 파탄내고도 정치권 때리기에만 급급하니 참 몰염치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의 반응은 비겁하고 남루하다. 통치와 지배에 관한 복종·협력·저항을 모두 아우르는 큰 말이 정치(政治)다. 나랏돈 관리하는 엘리트 집단이, 다른 한편 유권자인 그들이 이 논쟁에서 빠져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불만인 유권자들이 공약을 제대로 이해하고, 바른 선택을 할 기회를 준 정부가 오랜만에 마음에 든다. 소위 '미래 권력'의 비위를 거스른 용기도 높이 산다. 추계 결과를 내놓기 전까지 주말 내내 격론을 벌인 당국자들의 고민은 분명 이유 있다.
이미 여당의 기능을 상실한 새누리당이나 정권 재창출에 목이 마른 민주통합당 어느 쪽도 이 논쟁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정부는 보다 촘촘한 방어선을 쳐야 한다. '5년간 340조원'의 산출식, 정당별 공약의 합계 같은 디테일이 정치(精緻)해야 정부의 말에 힘이 실린다. 복지는 곧 퍼주기라는 잘못된 공식을 일반화하는 오류도 경계하길 부탁한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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