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파 아지트 - ‘시니어전용극장’을 가보니

서울시 은평구 메가박스 8층에 위치한 ‘청춘극장’.[사진:이코노믹리뷰 박지현기자]

서울시 은평구 메가박스 8층에 위치한 ‘청춘극장’.[사진:이코노믹리뷰 박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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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추억을 먹고 산다는 얘기가 있다. 살아온 시간이 긴 만큼 풍부한 인생경험과 견문들을 담아두는 기억의 용량도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기억할게 많다는 것은 그만큼 회고해야 할 순간도 많다는 것일 터이다. 과거에 대한 향수도 더 짙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젊은 시절 영화와 같은 문화체험을 경험한 세대라면 더 그럴 것이다. 최근 시니어 전용 영화관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니어들의 아지트로 각광받고 있는 시니어 전용 영화관들을 둘러봤다.


“다음 주 영화 뭐하는지 알고 싶어서 들렀어요. 젊었을 때 오드리 헵번 나오는 영화는 죄다 봤는데 실버영화관에서 그런 영화를 상영하고 있어 옛 생각이 나서 친구들과 종종 찾는답니다.”
일산에 거주하는 안영자(72)씨는 한 달에 적어도 두세 번은 실버영화관을 방문한다. 서울 시내 쪽에 외출할 일이 있으면 일부러 청춘극장에 들러 영화를 본다. 시간이 여의치 않을 때는 다음에 볼 영화 시간표라도 챙기러 일부러 찾아올 정도다. 최근 안씨처럼 시니어 전용 영화관을 방문하는 시니어들이 발길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청춘극장 개관 1년 만에 영화관을 찾은 관객이 15만 명을 돌파했고 특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상영됐던 8월에는 일주일간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등 영화관에 대한 시니어들의 호응이 높게 나타났다. 요즘도 하루 500~600명이 영화관을 찾는다. 이런 현상은 인사동 낙원상가에 위치하고 있는 허리우드클래식 실버영화관에서도 여지없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김은주 허리우드클래식 대표는 “하루 1000여 명씩 관객이 찾아오고 있다”며 “좌석이 연일 매진될 정도로 영화관을 찾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영화관이 시니어들의 중요한 문화 명소가 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렇다면 시니어들의 문화공간으로서 왜 시니어 전용 영화관이 이토록 각광을 받는 것일까.

우선 시니어 전용 극장은 문을 열면 과거로 회기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추억을 중시하는 시니어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 영화관을 찾으면 벽에는 오드리헵번, 알랭 드롱, 그레고리 펙 등 해외 스타와 신성일, 엄앵란 등 1960~70년대 국내 배우 사진을 비롯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벤허> <십계> 등 각종 추억의 영화포스터가 붙어 있어 보는 이의 추억을 자극한다.


또한 영화상영관(공연) 외에도 청춘카페, 어르신상담센터, 추억의 뮤직박스 등 시니어들이 젊은 시절 향유했던 문화들이 프로그램과 공간으로 구성돼 이용객들에게 공간 자체가 낯설지 않고 휴식과 복지기능을 동시에 제공해 편리함도 느껴지는 공간이다.


인사동 낙원상가에 위치한 허리우드클래식 ‘실버 영화관’.

인사동 낙원상가에 위치한 허리우드클래식 ‘실버 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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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자씨도 시니어 전용 영화관의 매력에 대해 예전에 좋아하던 배우들을 보면서 젊은 시절에 경험한 문화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고 고전으로 불리는 명작들을 단돈 2000원(55세 이상, 55세 미만일 경우 노인과 동반시 이용 가능)에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두 번째는 시니어 전용 극장은 젊은 시절 해외 유명 명화를 많이 접했던 시니어, 특히 이전 세대들에 비해 교육수준이 높았던 50~60대 들의 지적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고급영화들을 상영하고 있어 문화적 감수성을 만족시키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에서 한 해 동안 청춘극장에서 상영한 영화 중 순위 TOP 5를 보면 그들의 문화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당시 흥행순위를 보면 1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2위 <전쟁과 평화> 3위 <남태평양> 4위 <태양은 가득히> 5위 <세계를 그의 품안에> 등이다.


박연순 청춘극장 상담센터장은 “극장을 찾는 어르신들의 수준이 매우 높은 편”이라며 “교육수준도 높고 젊은 시절 해외 영화와 각종 장르의 음악 등을 접한 경험이 있어 문화에 대한 욕구가 매우 강하다”고 설명했다.


셋째 사교와 만남의 장이 될 수 있다. 청춘극장에서 추억의 뮤직박스 DJ로 활약하고 있는 백승엽씨는 “어르신들이 영화관에 나와서 동창회도 열고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면서 심각한 노인문제로 꼽히고 있는 외로움이나 우울증을 극복하는 경우를 많이 목격할 수 있다”며 실제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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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현재 시니어 전용 극장에서는 일자리 사업이 이뤄지고 있어 노인들에게 경제적 해결책을 제시하고 그들에게 역할을 부여해 활력 있는 노후생활을 가능케 한다는 점이다. 물론 급여는 최저임금에 준하는 수준이지만 남아도는 시간에 노동을 통해 교통비와 점심값 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인들의 생활에 일정부분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


처음엔 영화를 보러왔다가 안내도우미로 일자리까지 찾게 됐다는 김만수(78)씨는 “은퇴 후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 지루했는데 영화도 보고 용돈벌이도 하고 사람들까지 만날 수 있어 외롭지 않게 노후를 즐길 수 있게 됐다”며 시니어 전용 영화관의 장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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