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 '부자들의 대통령'이라는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내년 4월 대선을 앞두고 야당 정책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다시 말해 '좌향좌(좌클릭)' 하고 있는 것이다.


 사르코지 정부는 재정 적자폭 감축을 위해 지난 24일 부유층 증세를 포함한 수십억 유로의 세입 증대를 골자로 하는 긴축예산안을 의결했다. 프랑스 정부에 따르면 성장률 올해 2%, 내년 2.75%에서 1.75%로 하향 조정하면서 긴축을 통해 올해 10억, 내년 110억 유로 재정유여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본소득세율 12.3%에서 13.5%로 확대하고 1가구 2주택 보유자 중과세하며, 담배세를 오는 10월 6%, 내년 6% 추가 인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는 별도로 연 소득 50만 유로 이상 고소득자 3%P를 추가 과세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같은 사르코지 정권의 부자 증세 방침에 부유층도 적극 동참하고 나서는 분위기이다.

 로레알의 억만장자 상속녀와 프랑스 굴지의 석유회사의 회장등을 포함한 16개 회사의 경영진과 기업 총수 그리고 부유층 등은 지난 16일자 프랑스 주간지 웹사이트에 실은 청원서에서 프랑스의 예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 기여'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르코지의 재선 전망은 밝지 않다.최근 들어 다소 나아지기는 했지만, 사르코지의 지지율은 사회당 후보들에 비해 뒤쳐져 있으며, 이 때문에 사르코지는 지금은 좌파쪽으로 기울어 있는 중간층의 표를 노리고 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지난 월요일 발표된 일간 리베라시옹지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과반수가 사회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유층 증세 뿐 아니라, 좌파의 핵심정책인 은행에 대한 규제 강화에도 사르코지는 눈독을 들이고 있다.사르코지는 유럽 전체의 금융 거래에 거래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은행권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르코지는 또 그동안 좌파가 주장해 온 균형예산을 헌법에 명기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좌클릭은 선거에 당면하지 않은 이탈리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스스로 재벌 총수이자 부유층을 옹호해온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 총리 내각도 지난주 긴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세수 증대를 위해 '연대세'(solidarity tax)라는 이름으로 부유층에 대한 추가 증세를 의결한 바 있다.


 우익정권의 좌클릭이나 부자들의 '자발적 성금'으로서의 세금 추가 납부는 금융자본이 초래한 위기가 경제ㆍ정치 소요로 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예방조치로 풀이된다.


 부자들의 '시혜'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영국에서는 지난 2001년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국민들로부터 성금을 받는 영국판 '국채보상운동'을 벌인 바 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모금 액수는 10만 파운드(약 한화1억7000만 원)를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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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쏘시에떼제네랄의 수석 금융 이코노미스트인 미셀 마르티네즈는 "사르코지는 실용적 인물이며 그의 핵심 공약이 좌파의 상징적인 정책들이라도 별로 놀랄 일이 아니다"면서 "최상위 부유층에 세금을 물려서 사르코지가 부자들의 대통령이라는 비판을 피하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공순 기자 cp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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