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영국에서 일어난 폭동은 영국이 앓고 있는 중병이 극에 이르러 폭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제국이었던 영국은 제국의 힘으로 구축한 파운드화의 힘과 금융산업을 바탕으로 그동안 ‘통화 피난처’이자 안전한 투자처,법치가 잘되는 나라라는 지위를 맘껏 누려왔다.

그러나 제조업 부문의 경쟁력 상실로 금융산업과 일부 항공산업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제조업과 관련 기업이 없다. 영국의 대표은행이라고 할 수 있는 HSBC는 감원을 하고 있다. 따라서 영국은 실업률은 계속 높아지고 세수는 줄어들어 국민은 실업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정부는 재정적자의 늪을 탈출하지 못하는 나라고 전락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이번 폭동은 그나마 남아 있던 ‘안전한 피난처’ ‘고급 생활양식’의 나라라는 지위까지 빼앗아버릴 가능성이 높다. 영국은 재정적자 감축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번 폭동은 그런 정책에 대한 저항의 목소리를 상징하는 것이어서 그나마 쉽지 않을 것 같다. 갈수록 골병이 깊어지는 나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빈곤층 중심지 폭동 지방도시로 확산=지난 주 토요일(6일) 발생한 시위는 8일 영국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폭동으로 격화됐다.


폭력사태는 지난 6일 런던 북부의 빈민지역인 토트넘에서 26세의 이틀전 총에 맞아 다친채 차안에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진 데 대한 평화시위가 발단이 됐다.


월요일에는 런던 남쪽으로 시위가 번져 런던 철도교차로 지역인 캘펌정크션(Junction)과 다인종 밀집지역인 동부 런던 지역이자 2012년 올림픽경기장과 가까운 해크니, 최빈지역인 중부의 헤링게이, 서부 런던의 울위치,남부 빈민가 페컴 등에서도 시위와 약탈,그리고 모방범죄가 일어났다.


아울러 영국 중부의 버밍엄과 리버풀, 남서부 브리스톨과 등지에서 시위와 약탈이 벌어졌다.


경찰은 영국 전역에서 1000여명을 체포했으며 법원은 이들 사건을 처리하느라 애를 먹었다.


영국 정부는 당초 6000명만 배치했던 경찰병력을 1만6000명으로 대폭 늘려 시위를 진압했다.


캐머런 총리는 방송에 출연 “약탈자들은 단순한 범죄꾼”이라고 일축하고 “최근의 소요사태는 정부의 공공지출 삭감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역 지도자들은 “불평등과 공공서비스 삭감 및 높은 청년 실업이 지난 수십년 사이에 처음으로 벌어진 최악의 폭력사태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고 로이터통신은 10일 전했다.


이들은 “장기의 높은 실업률과 예산 삭감은 소요가 일어나도록 촉발할 부싯돌상자였다”고 면서 “이번 시위는 인종과 신앙에 대한 것이 아니며, 가장 강력한 요인(driver)중 하나는 가진자와 갖지 못한자에 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토트넘은 성인인구의 8%인 6000명이 실업수당을 요청하고 있는데 이는 영국 평균의 두배 이상의 수준이다.


정부의 과격안 지출삭감에 대해 온건한 접근을 강조해온 노동당은 “경찰예산 삭감이 이번에 폭력사태 격화에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입터 쿠퍼(Yptte Cooper) 노동부 영국담당 여성대변인은 “정부의 대규모 예산 삭감이 경찰이 직무를 수행하고 치안을 담당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년 다섯 중 한명이 실업자인 나라 ‘대영제국’=영국의 실업률에 대한 가장 최신 통계는 5월의 통계이다.


유럽연합(EU)의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영국의 실업률은 5월 7.0%로 나타났다. 4월(6.9%)로 비슷하다. 실업률 기준은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을 따랐다.지난 4주 동안 일정 기간 구직활동을 활발하게 했는데 일자리가 없지만, 앞으로 2주 안에 일할 15~74세 가 가용노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남성 실업률은 8.3%로 여성(7.0%)보다 높다.


그러나 16~24세인 청년층 실업률은 이보다 두배 이상 높다. 청년층 실업률은 4월 기준으로 19.6%로 2010년 4월(19.15)에 비해 전혀 개선이 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6269만명 인구를 가진 나라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100만명이다. 이는 미국의 일간 종합지 뉴욕타임스(NYT)가 9일자 기사에서 영국 청년층 실업자를 100만명이라고 보도한 것과 맞아떨어진다. 종합하면 전체 인구 여섯 명 중 한명, 청년층 다섯명 중 한명꼴로 실업자인 나라가 영국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발간하는 ‘월드팩트북’에 따르면 영국의 청년층 인구비중은 7월 기준으로 총인구의 66.2%인 4148만 명이다.


물론 청년층 실업률은 스페인(45.7%)과 프랑스(22.85),이탈리아(27.8%),포르투갈(26.8%.이상 6월기준)보다는 낮고 유로존 평균(20.3%)나 유럽연합 27개국 평균(20.5%,이상 6월 기준)보다 좀 나은 게 그나마 다행이다.


제이슨이라는 토트넘 주민(26)은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누군가가 우릴 도와줘야 하지만 우리는 도움을 얻지 못하고 있다”면서 “나는 16살에 학교를 그만둔 이후 일자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토트넘 지역 청년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한 대학생은 “공공지출이 점점 더 많이 삭감되고 있어 여름이면 우린 할 일 없다”고 전했다.


1980년대 경기 침체기에 시위가 가장 격렬했던 런던 남부의 브릭스턴에 사는 마이컬(31)은 “벽돌쌓기와 미장기술이 있어 일자리를 구하고 있지만 빈 자리가 없다”면서 “구직센터에 가더라도 일자리를 구해주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로이터통신은 자격요건이 미흡한 실업자들의 사정이 개선될 것 같지 않으며 이는 실업률이 높고 인구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지난 6일의 소요사태가 재발할 수 있는 딱 맞는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빚’에 짓눌린 영국 정부의 일성은 '지출축소'=미국이 세계 최대의 빚쟁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영국도 만만치 않게 빚을 진 나라다.


역시 월드팩트북에 따르면 영국의 대외부채 즉 외국에 진 빚은 2010년 6월30일 기준으로 8조9810억 달러로 나타나 있다. 이것도 2008년 9조410억 달러보다 조금 줄은 것이다.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010년 2조2470억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대외부채다.


정부와 국가기관이 진 공공부채도 2010년 GDP의 76.5%로 2009년 68.2%보다 높아졌다.


경상수지도 적자다. 지난해 수출은 4056억 달러, 수입은 5465억 달러를 기록했다. 경상수지는 403억4000만 달러로 2009년(265억 달러)보다 크게 벌어졌다.


석유가 나고 천연가스가 나지만 막대한 적자를 내는 나라가 영국이다.


그렇다고 해서 외환보유고를 넉넉하게 쌓아두지도 않았다. 월드팩트북에는 2010년 자료는 없고 2009년 자료가 667억2000만 달러로 나와 있다.


필요하면 기축통화인 파운드를 찍어내서 결제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없었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다.


◆폭력시위는 캐머런 정부에 큰 과제 던져=이번 소요사태는 재정지출 삭감과 증세를 통해 재정적자를 줄이려는 캐머런 정부에 큰 숙제를 던졌다고 로이터통신은 10일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달성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목표로 보인다. 영국 경제는 지난 9개 월 동안 거의 성장하않았다. 전망도 밝지 않다. 로이터통신이 경제전문가들을 설문한 결과 이들은 올해 성장률 전망을 1.3%로 보고 내년에는 2.0%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재정지출을 줄이면 공무원 일자리 줄거나 공무원 소득이 줄어들어 소비지출이 감소해 경제규모가 줄어드는 요인이 된다. 과연 어떻게 세수를 늘릴 것인지 의심스럽다.

AD

그렇다고 해서 그 잘났다는 영국의 금융산업이 일자리를 팍팍 늘릴 것 같지도 않다. HSBC같은 은행은 오히려 비용절감을 위해 일자리를 줄이고 있는 판국이다. 스튜어트 걸리버 HSBC 최고경영자는 2013년까지 비용절감을 위해 지점폐쇄를 동반한 인력의 10%를 줄이겠다고 발표했으며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도 인력감축을 검토중이다.


설사 자리를 늘린다고 해도 저학력 실업자들이 그런 자리를 차지할지도 미지수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