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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로 깨고 관점을 쏴라"..첨삭으로 논술해법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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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수능 D-100일'을 떠나보낸 수험생들이 '수시 D-두달'이라는 새로운 과제에 부딪혔다. 정시보다 수시에서 더 많은 신입생을 뽑는 현행 대학입시 제도를 감안하면 수시를 대비하는 수험생들의 긴장감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동시에 오는 10월 초부터 수시 논술고사가 수험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수시 확대', '수능의 자격시험화'로 성공의 열쇠가 돼버린 논술. "기출문제가 가장 좋은 지침서"라고 조언하는 송남권(사진) 비상에듀 논술교사는 "논술을 작성하는 것보다 첨삭을 받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문제 파악'과 '두괄식 문장 연습'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한 송 교사의 첨삭지도를 지렛대로 '논술의 해법'을 찾아가보자. 제시된 문항은 2011학년도 동국대 수시 기출, 평가 대상은 송 교사의 제자인 고3 수험생 2명이 각각 작성한 논술이다.

지문-2011학년도 동국대학교 수시 논술문항 중 일부
(가)가라타니 고진은 '윤리 21'이라는 저서에서 "타자(他者)를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라는 말을 통해 모든 타자와의 '공존'을 위한 윤리의 실천을 주장한다. 이 주장에서 특히 그는 과거를 상징하는 '죽은 자로서의 타자'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 세대'에 대한 윤리적인 책임의 문제를 중요하게 거론한다.
'죽은 자'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는 모두 침묵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점에서 분명 '타자'의 영역에 속한다. 이처럼 '과거의 역사'와 '미래'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타자'에 대한 윤리적 책임의 문제로 놓여 있는 것이다. 현재를 정당화하기 위한 역사의 합리화와 현재의 욕망충족을 위한 환경파괴에 대한 책임을 우리 앞에 놓인 윤리적인 문제로 제시하고 있는 그의 주장은, 이 점에서 21세기의 새로운 화두인 '공존의 윤리', '세계윤리'와 맥락을 같이 한다(이하 생략).
☞관련기사:"문장력 뽐내지 말고 정답을 찾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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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1993년 한스 큉은 생명존중, 연대성 문화, 공정한 경제 질서, 관용의 문화, 평등, 남녀 양성의 동반자 정신을 기초로 하는 '세계윤리'를 주장한다. 이런 그의 주장은 현재 인류가 직면한 환경파괴, 자원고갈 등 새로운 위기에 대한 해결방안이 '지속 가능한 발전'에 있다는 생각으로 모아지면서 21세기를 새로운 윤리가 필요한 시대로 규정하는 흐름을 형성한다.

특히, 진화 심리학에 근거하여 인간의 협력, 상호 이타주의 등의 사회성을 진화의 결과로 바라보는 매트 리들리는, 이기적 유전자의 경쟁적 진화과정 속에서 역설적으로 이타적 유전자가 진화되었고 그 결과 '협동적 본능'에 의한 사회성이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결국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의 사회성을 보여주는 협동, 상호존중, 미덕, 공존 등의 윤리성은 생존을 위한 경쟁과정에서 인간 심리의 진화가 도달한 고차원적인 본성에 해당된다.
(다)매트 리들리는 '이타적 유전자'라는 책에서 인간의 미덕, 협력, 공존의 윤리 등에 대해 다음과 같은 "늑대의 딜레마"라는 게임 상황을 제시함으로써 역설적으로 협조와 소통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더글러스 호프스태터(Douglas Hofstadter)는 사슴사냥의 현대판격인 '늑대의 딜레마'라는 게임을 내놓았다. 스무 명의 사람이 각자 작은 칸막이 속에 앉아 손가락을 버튼 위에 올려놓고 있다. 아무도 버튼을 누르지 않고 기다리면 10분 후에는 모두에게 1,000달러씩 배당되지만, 누군가 버튼을 누르면 그 사람은 100달러를 받고 나머지 사람은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영리한 사람이라면 버튼을 누르지 않고 기다렸다가 1,000달러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좀 더 영리한 사람이라면 누군가가 멍청하게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아주 작은 확률이 존재하며, 이 경우에는 차라리 자기가 먼저 눌러 버리는 것이 이익임을 눈치 챌 것이다. 그러나 아주 영리한 사람이라면 앞의 좀 더 영리한 사람이 그 같은 추론의 결과 먼저 버튼을 누를 것임을 알기 때문에 자기가 먼저 버튼을 눌러 버릴 것이다. 죄수의 딜레마에서처럼 논리적으로 옳은 판단이 집단적 재앙을 가져온다." - '이타적 유전자'중에서-

문제
제시문 가, 나, 다의 공통된 주제와 내용을 요약하여 서술한 뒤, '다'에서 제시된 게임의 딜레마를 '제한된 자원', '환경파괴' 등의 문제와 관련시켜 설명하고, 전체의 이익을 위해 '지속 가능한 성장'이 필요한 이유와 그 과정에서 요구되는 조건을 제시하시오.(600~80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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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삭
송 교사는 먼저 문제가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명확히 파악하라고 주문한다. 이 문제의 첫 번째 요구는 '공통된 주제'를 밝히라는 것. A학생과 B학생 모두 이 부분에서 실수를 했다. 이들의 논술을 접한 송 교사는 "문제가 원하는 답을 대체로 무난하게 서술하고 있지만 효과적인 문장 구성 면에서 문제가 있다. 다시말해 문제의 요구에 부합하는 전체 주제문장이 서두에 없는 것이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가), (나), (다)에서 공통적으로 말하는 주제는 타자와의 공존을 위한 윤리의 실천이다'정도의 전체 요약 문장으로 글을 시작하는 게 옳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가), (나), (다)의 각 내용을 요약하는 문장을 만들 때는 A학생처럼 말하려는 바를 한 문장에 담기보다는 핵심내용, 즉 주제문 한 문장과 부연설명 한 두 문장 등 모두 두 세 문장으로 나눠 표현하는 것이 더욱 설득력 있다"고 말했다. 송 교사는 또 "A학생의 경우 끝 부분에 '비교해서 설명할 수 있다'는 표현을 썼는데, 많은 학생들이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이 표현은 논술에서 부적절하므로 차라리 '(다)의 늑대로 표현되는 이기적인 인간의 모습은 제한된 자원을 먼저 차지하려는 현재 세계의 모습을 그대로 나타낸다'는 식으로 바꾸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B학생의 글에 관한 송 교사의 첫 번째 지적은 '단순히 내용을 옮겨적는 데 너무 치중했다'는 점이다. 그는 "B학생의 경우처럼 그저 단락별 내용을 늘어놓기보다는, 본인이 이해한 바에 따라 의미가 부여된 자신있는 문장으로 공통의 주제를 설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학생들이 '혹시나 틀리지 않을까' 싶어 B학생처럼 그저 내용을 늘어놓거나 대강의 요약으로 얼버무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극복해 자신을 갖고 분명하게 생각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내용 구성상의 실수도 지적 대상이었다. 송 교사는 "문제는 (다)의 딜레마를 '제한된 자원과 환경파괴 등의 문제와 연결지어 설명토록 하는데 B학생은 이 부분을 누락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이 필요한 이유'를 서술했다"면서 "문제의 요구를 수행하지 않는 것은 치명적인 감점요인"이라고 했다. 쓰라는 내용을 충실하게 다 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B학생의 마지막 문장에 관해 송 교사는 "논술에서 나오는 모든 문제의 해결방안은 '의식의 개혁'"이라면서 "B학생이 쓴 마지막 문장은 대안이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인 자백이 되고 말았다"고 꼬집었다.

두 학생의 논술에 대한 송 교사의 지적을 정리하면 '문제를 명확히 파악하고 전체 내용이 요약된 주제문을 본인의 생각을 담아 서두에 과감하게 배치할 것, 각 내용단락을 요약할 때는 한 문장으로 얼버무리지 말고 핵심 내용과 부연설명을 명확히 나눠 서술할 것, 문제의 요구사항을 절대로 누락시키지 말고 충실하게 반영할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송 교사는 "대학들의 논술 유형은 크게 바뀌지 않으니 기출문제를 직접 살펴보고 논술을 써봐야 한다"며 "첨삭을 받지 못하는 글쓰기는 무의미하기 때문에 교사나 선배 등에게서 반드시 첨삭을 받으며 공부하라"고 강조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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