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금리 적용 시 부정적 여론 걱정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최근 법원 판결로 부동산담보대출 시 근저당권 설정비용을 금융기관이 부담하게 되면서 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 비용을 금리에 반영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가산금리를 통해 비용을 전가할 수 있지만 고객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을 의식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원, 공정위 손 들어줘= 지난 4월6일 서울고등법원은 은행연합회와 16개 은행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공정위가 정한 개정 표준약관 사용은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의 권고대로 근저당권 설정비를 은행이 부담토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기존 여신 관련 표준약관을 고쳐 이달부터 국민주택채권매입비를 제외한 등록면허세·지방교육세·등기신청수수료·법무사수수료·감정평가수수료 등 근저당권 설정 관련 비용을 은행이 부담키로 했다. 인지세는 은행과 고객이 절반씩 낸다.


이와 별개로 은행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지난 4월26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제부터 근저당권 설정비를 은행이 부담하되 기존에 고객들이 낸 부분에 대한 환급 소송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실제 금융소비자연맹은 전 금융권을 상대로 근저당권 설정비 반환 소송을 준비 중이다.

◇비용부담 대출금리에 반영= 향후 은행들은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이를 대출금리에 반영할 방침이다. 기존에도 근저당권 설정비를 은행이 낼 경우 대출금리가 3년간 약 0.2%포인트씩 올랐다. 통상 담보대출 금액의 0.6%에 이르는 부대비용을 금리에 반영한 것이다. 명목상으로는 근저당권 설정비 부담 주체를 고객이 선택한다고 하지만 이 가산금리 때문에 대다수 고객들은 근저당권 설정비를 직접 내왔다.


기존에도 은행이 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가산금리를 적용했던 만큼 앞으로도 대출금리에 비용을 반영해도 문제될 건 없다는 게 은행들의 입장이다. 애초에 약관 개정을 권고했던 공정위나 한국소비자원, 금융당국, 법원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서울고법은 이번 사건 판결문에서 '부대비용(근저당권 설정비)의 부담자를 은행으로 명확히 규정하더라도 은행 간의 경쟁이나 해당 은행의 경영합리화 등으로 반드시 그 비용 모두가 소비자에게 전가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명시했다. 가산금리를 통한 비용 전가를 간접적으로 용인한 셈이다. 법원의 판단은 당초 소비자원이 공정위에 은행 약관 개정을 요청했던 취지인 '근저당권 설정비용 등 부대비용을 은행이 모두 부담하는 대신 이를 금리에 반영하는 내용으로 개정하자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은행이 근저당권 설정비를 일률적으로 부담하되 이를 금리에 반영하는 방식이 고객의 선택권 확대나 은행의 수수료 절감 노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도 "근저당권 설정비를 은행이 부담한다고 해서 가산금리를 못 붙이게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공정위의 약관 권고 취지는 담보권 설정비용은 담보권자가 내는 게 맞고 말소는 채무자가 내는 게 맞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근저당권 설정비를 고객이 낼 경우 100%를 다 부담하게 되지만 은행의 비용으로 내재화되면 이를 낮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결국 고객에게 가산금리가 붙는다 해도 100% 다 전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즉 은행이 근저당권 설정비를 부담할 경우 비용이 절감돼 고객에게 가산금리로 전가된다고 해도 직접 부담할 때보다는 유리하다는 얘기다. 지금도 몇몇 은행들은 직접 감정평가를 하거나 법무사를 고용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또한 고객 입장에서 약정금리 비교만으로 담보대출상품을 고를 수 있어 선택이 쉬워진다는 게 소비자원과 공정위의 판단이다.


◇부정적 여론 '고민'= 은행들의 고민은 다른 데 있다. 근저당권 설정비를 대출금리에 반영할 경우 여론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해 당장 적용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제반 비용을 당분간 은행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은행들은 본사 차원에서 가산금리를 적용하지는 못하고 일부 지점에서 전결금리를 통해 비용을 전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은행이 근저당권 설정비를 부담할 경우 업무원가 상승이 불가피해 금리 반영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업무원가는 금리에 다 반영이 되기 때문에 업무원가가 오르면 금리도 따라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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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 은행 부동산담보대출은 18조8258억원 증가했다. 올 하반기에도 비슷한 규모로 는다고 가정하면 은행들은 대략 1130억원을 떠안아야 하는 셈이다. 문제는 기존에 고객들이 부담한 근저당권 설정비 반환 소송에서 은행이 져 이를 모두 물어줘야 하는 경우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 부동산담보대출 잔액이 총 457조1019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많게는 3조원이 넘는 돈을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수도 있다.


통상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1억원을 대출받을 때 드는 근저당권 설정비용은 80만~90만원 정도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2007년 한해 동안 발생한 은행 부동산담보대출 부대비용은 9782억원으로 조사됐다. 이 중 등록세·교육세·인지세·증지세 등 조세적 비용이 52.7%를 차지했고 법무사수수료 24.4%, 국민주택채권매입비 19.6%, 담보물 조사비용 3.3% 등 점유율을 나타냈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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