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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육지 될 그 섬에서 즐기는 마지막 유유자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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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선유도 구불길 뚜벅뚜벅 선유팔경이 눈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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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기자]'선유도 백사장을 본 순간 세상에 가장 맑고 넓은 원고지를 생각하고는 손가락으로 한 편의 시를 썼다.' 곽재구 시인의 고백이다. 시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군산 선유도(仙遊島)를 한 번이라도 마주한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시심이 불끈 솟아 오른다. 오죽했으면 '신선이 노닐 만한 섬'이란 이름을 얻었을까.

유인도 16개, 무인도 24개로 이뤄진 고군산군도의 아름다움이야 익히 알려진 것. 고군산군도에서 '섬 속의 섬'이라고 불리는 곳이 바로 선유도다.
고군산일대가 해무로 뒤덮이면 둥글게 둘러선 신시도, 무녀도, 장자도, 방축도의 봉우리 안쪽에 호수와 같은 바다가 있고 그 호수 안에 선유도가 떠 있다. 말그대로 고군산군도로 둘러싸인 선유도는 '섬 속의 섬'답게 평온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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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바다의 해무가 걷히고 군산여객선터미널을 떠난 쾌속선 로얄페리호가 50여분만에 선유도에 닿는다. 저 멀리 선유봉, 대장봉, 망주봉, 대봉ㆍㆍㆍ.우뚝 솟은 섬의 봉우리들이 육지손님들을 반겨준다.

선유도에는 버스나 택시가 없다. 대신 자전거와 전동카트가 교통수단이다. 걸어서 섬을 돌아보기에는 너무 넓다. 무녀도와 선유도, 장자도가 연륙교로 이어져 있어 자전거가 아니면 섬 구석구석을 돌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걷기열풍은 선유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에 선유도ㆍ무녀도ㆍ장자도ㆍ대장도를 연결하는 '도보 여행길'이 생겼다. 선유도 구불길(바람길)이 바로 그것. 다리로 이어진 4개의 섬을 건너다니며 솔잎 향기를 맡거고, 파도에 부딪히는 조약돌 소리를 듣고 마을을 지나고, 바닷가 언덕을 지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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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길은 유유자적길이다. 선유도에서의 걷는것은 이게 정답이다. 욕심을 부릴 것도 걸음을 빨리 놀릴 필요도 없다. 밀물때면 그득한 해수욕장을 썰물이면 넓게 펼쳐지는 갯벌을 만나면 된다. 한낮이면 반짝이는 바다를, 저물녘이면 온통 붉게 물들어 스러지는 낙조를 만나면 되는 그런 길이다.
3개의 코스로 나눠진 구불길중에서 가장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은 3구간인 남악산 대봉이다. 선착장에서 내려 마을쪽으로 들다 보면 망주봉의 암봉 옆쪽으로 유독 뾰족하게 솟아오른 봉우리가 눈에 띈다. 대봉이다. 해발고도는 160m정도. 다소 가파르긴 하지만 오르는데 20분이면 족하다.

마을주민들이 만들어 놓은 구불길 안내판들을 따라 가면 어느새 정상에 선다. 산정에 자리한 소나무 아래에 앉으면 일대의 섬들이 모두 눈 앞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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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의 랜드마크인 망주봉이 발아래로 펼쳐지고 그 앞으로 하트 모양으로 굽은 명사십리 해변이 이어진다. 아직 피서철에 들지 않은 해변의 풍광은 평화롭다 못해 가슴이 저릿해질 만큼 아름답다.

백사장은 앞으로는 호수처럼 고요한 바다를, 뒤로는 바닷물이 찰랑이는 갯벌을 끼고 있어 마치 얇은 띠처럼 백사장으로 마을과 마을을 잇는다.

해변은 명사십리란 이름을 얻었지만 실제로는 10리(4km)가 되지 않는다. 해수욕장 길이는 1.5km. 그나마도 모래해변이 점차 줄고 있단다.

고개를 들자 망주봉 뒤로는 무녀도와 그 너머의 부안 땅이,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신시도와 새만금방조제가 펼쳐진다. 호수처럼 고요한 바다와 평화로운 섬마을. 시원한 바람을 따라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여름해무. 이런 풍경 속에 앉아 있노라면 신선이 된 듯한 황홀경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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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봉 못지않은 경관을 빚어내는 곳이 또 한곳 있다. 선유도와 장자대교를 건너 다시 시멘트다리를 넘어서 당도하는 섬 대장도의 정상인 대장봉(143m)이다. 자그마한 섬 자체가 온통 바위산으로 이뤄져 있다.

대장봉으로 오르는 길은 마을끝의 포구쪽에서 시작한다. 제법 가파른 암봉이지만 등산로가 잘 닦여 있어 20분쯤 걸으면 고군산군도의 숱한 섬들을 내려다볼 수 있다. 가파른 바위로 이어진 짧은 구간이 있어 밧줄을 잡고 올라야 하지만 그닥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대장봉에서 굽어본 섬의 경관은 대봉과는 전혀 다르다. 가까이 발밑으로는 대장도에서 장자도를 잇는 다리가 보이고 장자도의 끝에서는 다시 선유도를 잇는 장자대교가 눈에 들어온다. 그 뒤로는 무녀도와 일대의 섬들의 풍광이 병풍을 펼쳐 놓은 듯하다.

선유봉코스도 빼놓을 수 없다. 정상의 형태가 마치 신선이 마주앉아 바둑을 두는것처럼 보인다해서 仙遊峯이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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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아지른 듯한 절벽 위 넓은 반석에 앉으면 멀리 변산반도가 한눈에 보이고 위도, 왕등도가 손에 잡힐 듯 하다. 선유봉은 선유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포인트다. 해질녘 정상에 서면 하늘과 바다를 온통 붉게 물들이는 장관을 맛볼 수 있다.

선유봉 오르는 오솔길 아래편은 갯벌체험장이다. 하루에 두번씩 바닷물이 들고나는 갯벌에는 싱싱한 맛조개, 골뱅이 등이 지천이다. 호미와 맛소금, 그물망을 준비하면 한가득 맛조개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선유도가 걱정스럽다. 2012년 선유도를 비롯해 장자도와 무녀도는 육지가 될 운명이다. 군산~비응도~신시도~변산반도로 이어지는 33km의 새만금방조제가 연결됐다. 신시도에서 무녀도까지는 불과 1km남짓. 이곳을 연결하는 다리가 놓이면 결국 신시도~무녀도~선유도~장자도가 모두 연결된다. 이젠 유유자적 선유도를 느낄 시간도 얼마남지 않았다. 관광객이 몰려오고 있기에ㆍㆍㆍ.

선유도(군산)=글ㆍ사진 조용준 기자 jun21@

◇여행메모
▲가는길=
서해안고속도로 군산나들목을 나와 군산여객선터미널를 찾으면 된다. 하루 7~9번(성수기) 선유도까지 여객선이 운항한다. 쾌속선(가격 31,950원 왕복)은 50분, 일반여객선(가격 25,800원 왕복)은 1시간20분 소요. 차를 싣고 가는 페리는 운항하지 않는다. 063-462-4000. 063-445-5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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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잘곳=민박은 물론이고 횟집을 겸한 펜션까지 숙박시설이 즐비하다. 성수기만 피하면 숙소잡는데 문제는 없다. 굳이 선유도에서 숙박을 고집하지 말고 장자도나 대장도쪽에 최근에 지은 운치 있는 펜션들이 있다.

▲먹거리=포구마다 횟집들이 넘쳐난다. 계절에 맞는 음식들을 내놓지만 맛은 대게 비슷비슷하다. 눈으로 직접 보고 마음에 드는 집을 찾으면 된다. 6월에는 꽃게, 돌게장이 7월에는 바지락, 붕장어 8월에는 참소라 9월에는 우럭, 놀래미, 농어 등이 이곳의 자랑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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