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료 없앴는데…어떻게 매출이 늘었지

피자집 배달·서빙 경험 호텔 운영 보탬
고객 마음 녹일 수 있는 서비스 기본
52년 전통 100년 넘어 1000년을 향해


이경수 아스토리아호텔 경영총괄대표의 '경영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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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아버지로부터 도움이요? 유학 생활 중에도 돈 한 푼 안주셨어요."

흔히들 회사를 물려받는 후계자라면 아버지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반세기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아스토리아호텔의 이경수 경영총괄대표(41ㆍ사진)는 피자집 배달에서부터 레스토랑 서빙일, 고기집 숯불 담당 아르바이트까지 안 해 본 일이 없다.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아버지의 도움을 받기 싫어 무역회사에 취직해 일을 배웠다. 호텔업에 뛰어든 것도 2006년부터다. 하지만 그는 그동안 겪었던 모든 경험이 호텔 운영에 보탬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서빙이야 기본이죠. 고생 안 해봤으면 지금 힘들었을 거예요" = 이 대표는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옛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그런 경험들을 안 해봤으면 지금 더 힘들었을 것이란 얘기다. 일례로 그는 캐나다 밴쿠버 유학시절에 피자 배달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담을 들려줬다.


"당시 배달을 나갔던 지역은 오후 4시만 되면 깜깜해지는 거예요. 게다가 비는 왜 그리 많이 내리는지. 어두워서 안보이니 지도를 공부하면서 길을 외웠는데 나중에는 제 자신 만의 노하우를 터득하게 됐죠."


장대같이 내리는 빗속을 뚫고 배달 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내려서 주소를 확인하고 맞으면 피자를 다시 들고 와서 문을 두드리고 틀리면 다시 차에 타서 맞는 집을 찾아 가고….


당시 시간 엄수가 생명이었던 피자 배달일을 하면서 이 대표는 아예 우비를 뒤집어 쓴 위에 물안경을 착용하고 한 손에는 휴대용 전등을 들고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주소를 확인했다. 이를 통해 시간 절약은 물론, 빠른 배달로 두둑한 팁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그는 호텔 레스토랑의 피크 타임에는 접시를 들고 직접 서빙일에 나선다. 한 손에 2개씩, 모두 4개의 접시를 한 번에 들고 뛰어 다닌다.


◆아버지는 골프, 아들은 아이스하키 "운동신경은 타고 났죠" = 이 호텔의 1층에는 뉴욕 스타일의 이탈리안 캐주얼 레스토랑 '벨라쿨라 63'이 있다. 여기서 '63'의 의미는 이 대표의 아버지인 이종민 사장이 세운 골프 베스트 스코어 기록이다.


현재 대한골프협회 국제분과위원이기도 한 이 사장은 아마추어 골프계에서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국내 10개 골프장 클럽 챔피언전 24회 우승. 여기에 해외에서 거둔 3승을 합하면 모두 27차례나 클럽챔피언에 올랐다. 홀인원 기록만 4회다.


아버지가 뛰어난 골프 실력을 자랑하니만큼 아들인 이 대표에게도 골프 실력을 물어봤다. 하지만 이 대표는 골프에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골프는 중학교 때 해봤는데 당시 국가상비군에 들어갔었죠. 하지만 아버지가 워낙 유명하시니 오히려 부담스러웠던 것 같아요. 또 커가면서는 일하느라 골프 칠 시간도 없더라구요. 필드는 10번 정도밖에 안 나가봤다니까요."


골프 대신 그가 흥미를 느낀 것은 아이스하키였다. 대학 시절에는 학교 대표 선수로 활약하기도 했으며 지금도 매주 주말에는 아이스하키 동호회에서 선수로 뛰고 있다.


"혼자서 하는 골프보다 팀을 유지하고 같이 할 수 있는 스포츠에 매력을 더 느꼈어요. 대신 운동신경은 타고난 것 같아요. 아버지께 감사하고 있죠."


이경수 아스토리아호텔 경영총괄대표의 '경영의 마법' 원본보기 아이콘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고객을 위한 '마음'이죠" 그가 말하는 '손길경영'은? = 이 대표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5년 전부터 호텔을 운영하게 된 후 '손길 경영'을 이념으로 내세웠다. 이는 그가 20대 시절부터 가져온 영업 마인드라고 했다.


"대학 졸업 후 상사에 취직했는데 영업 및 마케팅을 담당했었죠. 당시 제가 담당했던 제품이 '롱샴' 핸드백인데 국내에 알려진 브랜드가 아닌지라 여기저기서 문전박대를 많이 당했어요. 하지만 노력 끝에 백화점에 입점하게 됐고 지금은 명품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됐어요."


이런 일을 거치면서 그는 모든 일의 가장 기본적인 시작은 바로 '마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진심으로 다가가야지만 상대방도 마음을 열고 진심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나온 것이 바로 '손길'이다.


"손길은 따스함, 어우러짐, 그리고 접촉을 말합니다. 추우면 손을 잡아주는 것처럼 고객들의 마음을 녹일 수 있는 서비스가 기본이 돼야 한다는 것이죠."


그는 영업 책임을 맡은 이후 봉사료를 과감히 폐지했다. 호텔이라고 무조건 봉사료를 받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내부적인 반대에도 부딪혔다.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이 대표는 꾸준한 교육과 설득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켰고 이후 매출은 오히려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기염을 토했다.


"많이 힘들었지만 고객분들이 만족하시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지금도 고객의 입장에서 말할 수 있는 '유(You) 메시지'를 전달하자고 말하고 있죠."


◆"100년이 아닌 앞으로의 1000년을 꿈꾼다" = 아스토리아 호텔은 최근 리모델링 작업을 완료하고 호텔 내부의 속살을 모두 드러냈다. 이를 통해 52년 전 건축 양식으로 지워진 호텔 천장과 벽돌로 된 내벽을 그대로 선보였다. 벽돌 한 장부터 대리석, 심지어 파이프까지 모두 호텔의 나이와 같다.


"내벽 공사를 할 때 다음 세대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남겼어요. 여기에 호텔 직원들에 대한 감사를 전하는 것은 물론 다음 세대가 이 호텔의 100년이 아닌 1000년을 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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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호텔리어로 종사하면서 국내 전통 호텔들에 대한 지원 부족을 가장 아쉬워했다.


"외국을 보면 오래된 호텔의 경우 엘리베이터도 손으로 여닫는 철문이 존재하는 등 고풍스런 멋을 지니고 있는 곳을 역사적으로 알아주는 곳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그런 면이 부족한 것 같아요. 제도적인 면만 추구하지 말고 역사와 전통을 인정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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