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고치는 '거짓말', 플라세보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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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정인과(사진) 고려대병원 정신과 교수는 환자에게 필요한 거짓말이 있다고 말한다. 그가 예를 든 거짓말 사례는 이런 것이다. 우울증 환자 대조군을 만들어 똑같은 의사가 한 쪽에는 약처럼 보이게 한 밀가루를 주면서 '아주 좋은 항우울제'라고 말하고, 다른 대조군에는 진짜 항우울제를 별다른 언급 없이 준 다음에 상태를 관찰하는 실험이다.


정 교수는 "이렇게 했을 때 밀가루 투여군에 속한 환자들 사이에서 항우울제를 투여한 쪽 환자들 못지 않게 상태가 호전되는 현상이 발견됐다"면서 "'좋은 약을 투여받았다'는 안도감이 심리상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줘 치료효과를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벼운 감기 증상 환자가 불안감 때문에 상태를 실제보다 더 위중하게 느낄 땐 약이 아닌 건강식품이나 보조제를 약처럼 먹게 하면 치료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추론을 가능케 하는 설명이다.

이렇게 실제로는 아무런 의학적 생리작용도 안 하는 젖당이나 우유, 밀가루 등을 약처럼 보이게 만든 것을 '가약(假藥)' 또는 '속임약'이라고 한다. 영어로 플라세보(Placebo)라 부르는 가약은 말 그대로 '거짓 약'이다. 약의 기능을 부풀려 말하고 긍정적인 기대감을 키우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아픈사람을 가지고 왜 거짓말을 할까. 치료에 유용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속임약 덕분에 환자가 안심을 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 병 고치는 데 도움이 되는 현상을 의약계에서는 '플라세보 효과'라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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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수는 치료 상황에서 플라세보 효과를 적극 활용한다고 말한다. 그는 "환자에게 약을 줄 땐 보통 약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하고 때론 약의 기능을 다소 과장하기도 한다"면서 "'당신의 병은 원인이 무엇이고 이 약이 어떻게 작용해서 어떤 점이 좋아질 것'이라는 걸 세세하게 말해준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그러면서 "여기에 '아, 이 약을 먹고 누구누구가 병이 호전됐다더라, 이 의사는 믿을 만하다더라'는 환자 자신의 긍정적인 인지사항까지 합쳐지면 심리적인 영향을 끼쳐 치료에 큰 효과를 발휘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바로 이것을 플라세보 효과라고 보면 된다"며 "약의 전체 치료효과를 100%로 봤을 때 플라세보 효과는 30%정도 기여한다고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의사로서 이 점에 동의를 한다"고 말한 그는 거짓말도 약품처럼 사람몸에 잘쓰면 좋은 약이 되고, 잘못 쓰면 독약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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