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지난 11월 28일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전국을 휩쓸었다. 지금까지 살처분된 감염 가축의 수는 330만 마리를 넘어섰다. 구제역은 이제 우리나라 축산업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전염 우려 지역의 학교들이 일제히 휴교했고 돼지고기, 우유 등 관련 물가가 폭등했다. 소요된 예산만 2조 50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구제역 재앙'은 아직 끝이 아니다. 가축을 살처분한 전국 4000여개소 매몰지에서 2차 환경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구제역 파동의 2막이 오른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는 15일 서울 하월곡동 KIST 본원에서 구제역 매몰현장의 환경 영향 대책 마련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다. 현재까지 나와있는 가축매몰지 조성지침은 이렇다. 먼저 지표면으로 4미터(m) 이상 구덩이를 판다. 이 구덩이에 복합토를 측면 10센티미터(cm)이상, 바닥 30cm 이상 덮고 고강도 방수재질의 2중비닐을 두른다. 그다음은 바닥에 생석회층을 포함해 흙을 1m 덮은 뒤 가축 사체를 2m가량 묻는다. 그 다음에는 역시 흙과 생석회층을 겹쳐 2m 이상 복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표에서 1.5m이상 흙을 쌓아올리고 지표면에는 역시 생석회를 도포한다. 또한 사체에서 나오는 가스 배출관과 침출수 배출관이 설치된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침출수 누출에 따른 지하수 오염과 매몰지 붕괴 위험이다. 침출수 차단용 비닐막이 파괴되면 누출된 침출수가 지하수를 오염시키거나 인근 하천에 유입될 수 있다. 또한 경사면 등 부적절한 위치에 가축을 매몰할 경우 날씨가 따뜻해지거나 비가 내릴 때 매몰지가 무너져내릴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매몰 지침을 철저히 지킨다면 환경오염 우려가 크지 않다는 데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생명공학연구원의 오태광 미생물유전체활용기술개발사업단장은 "제대로 매몰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매몰 지침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침출수를 안전하게 전부 분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 단장은 "전염성 미생물이나 바이러스 오염은 큰 문제가 없다"며 "소 폐기에 따른 탄저균은 바이러스가 발생할 수 없고 파상풍균도 햇볕에 나오면 죽는다"고 말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살모넬라 등 수인성 미생물이다. 이와 관련해 오 단장은 "침출수가 누출이 되지 않도록 계속 감시해야 한다"며 관리실명제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각 매몰지별로 정부 차원에서 관리자를 배치하고 붕괴나 침출수 유출이 발생하면 즉각적 조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침출수 유출 여부를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기술도 발표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유승호 선임연구원은 기존 침출수 유출 여부 판단법보다 한 단계 나아간 기술을 내놨다. 매몰지 주변에서 채취한 하수 등의 시료를 특정 시약과 반응시켜 침출수 유출 여부를 보는 것이다. 오염원이 침출수가 아닌 다른 경우에도 같은 수치가 나와 정확성이 떨어졌던 기존 방법과 달리 이 기술은 동물 사체가 썩었을 때 나올 수 있는 아미노산, 펩타이드, 프로틴 등과 반응해 가축 농가에서 나오는 폐수와 생활폐수, 침출수 등을 판별한다. 시약을 반응시켰을 때 농가 폐수는 연두색, 생활 폐수는 빨간색, 침출수는 흰색으로 변하는 식이다. 작은 휴대용 키트로 만들어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1시간 정도로 소요시간이 짧은 것이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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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출수를 정화할 수 있는 전자빔 기술도 있다. 전자빔 기술은 다량의 전자를 물과 반응시켜 강력한 산화제를 형성, 이를 통해 침출수를 정화한다. 유 선임연구원은 "이 기술을 이용하면 병원성 미생물과 난분해성 유기물질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염된 지하수나 침출수가 모여 있는 곳에 직접 컨테이너형 전자빔 가속기를 갖고 가 물을 퍼올려 정화할 수 있어 오염상태가 심각한 가축매몰지를 현장에서 처리할 수 있다. 10분에 1.5톤의 물을 처리하는 등 속도도 빠른 편이다. 유 선임연구원은 "현재 전자빔 가속기는 실험용으로 제작된 상태"라며 "오염이 심각한 경우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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