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물 침출수 샜다..생매장 가축의 복수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구제역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 벌써부터 후폭풍이 일고 있다.
구제역이 발생한지 두 달이 넘어가면서 매몰한 소·돼지는 300만 마리를 훌쩍 넘어섰고 이로 인해 축산업은 존폐 위기 상황까지 내몰렸다.
경제적 피해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 살처분 보상비, 백신 접종비, 방역비 등 실질적인 투입액만 벌써 3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앞으로 얼마가 더 늘어날지 짐작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와 관련된 물가들도 하루가 다르게 뛰는 등 국민 생활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파장도 엄청나다. 수급 차질로 돼지고기 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자 음식점 차림표에 삼겹살 가격이 '시가'로 표기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는가 하면 매몰 처분으로 젖소가 줄자 우유 공급이 달려 신학기 학교 급식에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2차적인 환경 재앙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사상 최악의 구제역을 맞아 엄청난 규모의 가축을 급하게 매몰하다 보니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경우가 여기저기서 발견되고 있다. 물이 지나는 길인 산비탈이나 계곡, 하천변 등 가축을 묻어서는 안 되는 곳에 매몰한 곳이 허다하다.
특히 산채로 매몰된 가축들이 발버둥치는 바람에 매몰지 구덩이에 깐 비닐이 찢겨 핏물이 지하수로 스며드는 2차 오염피해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미 일부 매몰 지역에선 핏물 섞인 침출수가 흘러나오고 악취 진동 등 2차 피해 전조가 나타나고 있다. 식수원 오염이 피하기 어려운 '대재앙'으로 닥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만의 환경부 장관이 최근 "지금껏 보지도 겪지도 못한 환경 대재앙이 될 수 있다"고 한 경고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를 뒷바침하듯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AI) 가축 매몰지 가운데 약 35%에서 침출수가 유출돼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지역에선 가축을 묻은 지 7년이 지난 지금도 침출수 유출로 인한 환경오염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내달 말까지 4200여 전국 가축 사체 매몰지 실태를 전수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구제역 매몰지별로 담당 공무원을 지정해 관리하는 '매몰지 관리 실명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일일 상황을 점검해 바로바로 대처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속한 후속 조치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구제역 등에 감염된 가축 매몰지의 침출수가 흘러나와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키면 탄저병 같은 전염병이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채찬희 서울대 수의과 교수는 "곧 봄이 오는데 언 땅에 어설프게 묻은 가축 사체들의 오염 피해를 만만히 봐선 안 된다"며 "문제가 터지기 전에 손보는 것은 구제역 방제 못지않은 시급한 현안"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규정대로 가축 사체를 묻었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문제 발생 소지가 있는 곳은 지체 없이 차수벽을 새로 쌓고 성토를 다시 하는 등 완벽히 보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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