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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모양 나노물질 '쿠커비투릴', 활용 가능성 무궁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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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 '쿠커비투릴(Cucurbituril)'. 암 진단과 치료, 줄기세포 분석까지 해결하는 나노(10억분의 1m)크기의 호박 모양의 물질 이름이다.

 포스텍 첨단재료과학부 김기문 교수와 박사과정 이돈욱씨, 분자생명과학부 류성호 교수 등의 공동 연구팀이 쿠커비투릴을 이용해 세포에서 세포막 단백질을 분리해내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하면서 관심을 끈 화합물이다.
김기문 포스텍 첨단재료과학부 교수. 우연한 기회에 쿠커비투릴 연구를 시작하게 된 김 교수는 현재 관련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김기문 포스텍 첨단재료과학부 교수. 우연한 기회에 쿠커비투릴 연구를 시작하게 된 김 교수는 현재 관련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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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커비투릴은 호박의 학명 '쿠커비타세'를 따서 만든 것인데 원자현미경으로 봤을 때 둥글넓적한 호박 모양을 하고 있어 이렇게 이름지었다고 한다.
 쿠커비투릴은 1905년, 독일에서 글리코루릴과 포름알데히드를 황산에 녹여 무색 결정을 얻어내는 과정에서 발견했다. 그러나 구조가 밝혀진 것은 1981년의 일이다. 미국의 윌리엄 목(William Mock) 박사가 X선회절법으로 쿠커비투릴을 분석한 결과 속이 텅 빈 호박 모양의 거대 고리화합물임을 밝혀낸 것이다.
쿠커비투릴-페로센 결합체를 이용해 세포에서 세포막 단백질을 분리하는 모습.

쿠커비투릴-페로센 결합체를 이용해 세포에서 세포막 단백질을 분리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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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커비투릴은 속이 비어 있어 그 안에 다양한 분자나 이온을 붙일 수 있다. 또한 위 아래로 다양한 이온을 붙여 원하는 조작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에 따라 활용폭이 큰 셈이다.

 국내에서 쿠커비투릴 연구를 이끌어 온 사람이 바로 김기문 교수다. 김 교수는 우연히 쿠커비투릴의 존재를 알 게 된 뒤 이를 이용해 초분자화학 연구를 시작했다.

 이돈욱씨는 "무기화학분야를 전공한 김교수께서 포스텍에 부임한 이후 연구를 시작했다"면서 "초기에는 고생을 많이 했지만 쿠커비투릴의 다양한 종류와 정제 방법, 기능을 더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며 응용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가 거둔 쿠커비투릴 연구 성과 중 하나는 고분자 나노캡술이다. 나노캡슐은 약물 전달과 화상진찰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지만, 나노캡슐을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김 교수는 쿠커비투릴을 메탄올 용액에 넣은 뒤 자외선을 쪼여 공 모양을 만들고 그 속에 원하는 약물을 넣어 나노캡슐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쿠커비투릴로 만든 나노캡슐 표면의 미세한 구멍에 특정 질병의 단백질과 반응하는 분자를 붙이면 치료가 필요한 세포나 장기를 쉽게 인지할 수 있어 세계 의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김 교수팀은 최근 쿠커비투릴과 페로센 결합체를 이용, 세포에서 세포막 단백질만을 분리해냈다. 세포막 단백질은 세포마다 구성이 달라 질병을 진단할 때 사용된다. 암세포에서 세포막 단백질을 분리해 검사하면 암을 진단할 수 있다. 쿠커비투릴-페로센 결합체는 지금까지 세포막 단백질 분리에 사용돼 온 아비딘-바이오틴 결합물보다 안정적이고 다른 단백질로 결과물이 오염될 가능성도 훨씬 낮다.

 이 연구에 참여한 이씨는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하려면 일단 암세포에만 발현되는 세포막 단백질을 찾아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사용하면 세포막 단백질을 분리 정제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찾아낸 세포막 단백질을 바탕으로 항암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이씨는 또한 "쿠커비투릴 기술은 세포막 단백질 분리와 함께 나노캡슐을 활용한 약물전달체, 쿠커비투릴에 기반한 진단용 바이오칩 등 활용 가능성이 크다"면서 "현재 세계적으로 쿠커비투릴 연구가 늘어 가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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