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하자던 MB와 박주선의 불화
[김대원의 여의도프리즘]# 1974년 그가 제16회 사법고시에 수석 합격하자 그의 고향이던 전남 보성지역 택시들은 한동안 손님들에게 차비를 받지 않았다.
당시 언론은 ‘홀어머니 모정 - 피 팔아 뒷바라지’, ‘ 가난한 집안에 용났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최고위원 박주선 얘기다.
보성남초등학교를 1등으로 졸업한 그는 중학교 입학금을 마련할 길이 없어 진학을 포기해야 할 처지였다. 그래서 어머니는 자신의 피를 팔아 입학금을 마련했던 것이다.
그는 자서전에서 “요즘도 비만 내리면 늘 서글픈 추억 한 가지가 떠오른다. 세월도 흐르고 나이도 먹었지만 그 기억은 바래거나 잊혀지지 않고 더욱더 뚜렷하게 떠오른다”고 썼다.
...비가 폭포처럼 쏟아 부으니 장사가 제대로 될 리 만무했다. 역무원은 기어코 어머니에게서 쌀과 계란을 압수했다. 나는 차마 어머니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눈시울이 왈칵 뜨거워졌다. 어머니의 가슴이 얼마나 타들어 갔을까.
아침나절 이고 나갔던 물건을 하나도 팔지 못한 채 그대로 들고 돌아와 압수를 당한 것이었다. 무임승차를 나무라는 역무원을 원망할 수도 없었다.(중략) “자식들 키우시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 그리고 앞으론 장사를 잘 하셔서 기차 삯 내시고 타셔야 합니다” 그 말과 함께 그는 쌀과 계란을 내밀었다…
# 의지 하나로 가난을 딛고 일어선 동질감 때문이었을까. MB는 박주선 의원을 좋게 본 것 같다.
그가 2006년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을 때는 친노 세력과의 분당 이후 당세가 급격히 위축된 시기였다.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와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가 양자대결을 벌이던 틈바구니에서 그는 악전고투했다.
우선 서울시정에 대한 변변한 데이터 하나 없었다. 정책수립은 물론 토론회에 나갈 통계 자료가 턱없이 부족했다. 그는 이명박 서울시장에게 SOS를 쳤고, 뜻밖에 MB는 각종 시정 자료를 선뜻 제공했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신촌에서 ‘커터칼 테러’를 당하는 순간 선거전은 사실상 끝이 났고, 그해 가을 어느 날. 서울시내 롯데호텔 지하 일식당에서 전 서울시장 이명박과 박주선이 조용히 독대했다.
- 지난 번 선거 때 자료를 제공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제가 한나라당 소속만 아니어도 박 후보를 찍었을 겁니다. 전 박 후보가 좋아요, 허허...
- 대선 준비는 잘 되시는지...
- 그렇지 않아도 내 오늘, 긴히 상의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박 후보, 우리가 힘을 모아 좌우의 양극단을 모두 빼버리고 함께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이때 박주선은 ‘양극단’이라는 표현을 열린우리당 진영과 한나라당 내 수구세력으로 이해한다)
- 충분히 생각해볼만한 제안입니다.
- 논의가 본격화 될 경우, 당내에선 누구와 얘기해야 합니까.
- 한화갑 대표가 계시죠. 제가 중간에서 심부름을 할 수 있습니다.
# 당내 경선에서 확실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던 MB는 대권으로 가는 여러 가지 선택지 중 하나로 ‘탈당 후 정계개편’이라는 충격적 시나리오도 검토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승부처로 호남을 상정했고 자연스럽게 민주당이라는 정치세력을 고려했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는 박주선이었다.
자칫 박주선이 이를 발설할 경우, 여당 경선에서 MB는 엄청난 타격을 입고 조기 탈락할 수도 있었다. 그만큼 둘은 서로를 믿었고 비록 성사되진 않았으나, 경선이 끝날때까지 신의를 지켰다.
그리고 4년이 흘렀다. 그사이 MB는 청와대로 들어갔고 박주선은 열린우리당과 통합된 민주당의 최고위원이 됐다.
민주당은 매년 거대여당과 원내외에서 힘겨운 투쟁을 이어갔으나, 그때마다 박주선은 지지자들의 일부 힐난에도 불구 상대적으로 온건한 방법론을 견지했다. MB에 대한 일말의 기대와 미련을 저버리지 않았던 것일까.
바로 그 박주선이 이번 예산안 날치기 정국을 맞아선 당내 초강경파로 급변했다. 당장 의원직을 총사퇴하고 거리로 나가 국민들과 투쟁하자는 것이며 만약 MB가 보궐선거 카드를 들고 나오면 전원 불출마하자는 급진적인 주장을 쏟아낸 바 있다.
서로 멀어진 두 사람. 2006년 당시의 MB와 박주선 중 누가 더 변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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