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기술은 일류..관리 시스템은 삼류?
코트라 "바이어와 소통·책임있는 기업문화 만들어야"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불가리아 바이어는 최근 한국기업과 거래를 진행하던 도중 당혹스런 경험을 했다. 제3국으로부터 약 200대의 시내버스 납품기회를 발굴한 바이어는 급히 한국의 버스 제조업체에 문의했다. 두 달 이내로 계약을 체결하고 납품을 완료하는 인콰이어리(수출문의)를 의뢰받고 평소에 알고 지내던 국내 업체 담당자와 구체적인 계약조건을 협의했다. 순조롭게 성사될 것 같던 계약은 최종 서명식만을 남겨놓고 차질을 빚었다. 갑자기 국내 담당자로부터 답변이 중단됐고 급한 마음에 바이어는 직접 버스업체 본사를 찾았다. 하지만 그는 계약을 함께 논의하던 담당자를 만날 수 없었다. 계약을 추진하던 담당자가 회사와의 갈등으로 이미 퇴사했기 때문. 업무가 제대로 인계인수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불가리아 담당자는 새삼 한국 업체들의 낙후된 업무 시스템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을 높이 산 해외 바이어들의 방한이 잇따르고 있지만 뛰어난 기술력에 비해 낙후된 관리시스템에 실망하는 바이어가 늘고 있다. 원활한 의사소통의 부재와 잦은 담당자 교체 등으로 인해 좋은 수출 기회를 놓치는 사례도 적지 않아 기술력 향상만큼 글로벌 기준에 맞는 관리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4일 코트라에 따르면 우리기업들은 최근 해외 바이어들과 소통 부족으로 인해 수출이 중단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사정이 있음에도 '계약부터 체결하고 보자는 식'의 일 처리 방식으로 국내 수출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대표적인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여 가면서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에 대한 인지도도 높아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시설에 대한 신뢰도가 제고되면서 국내 반도체 생산장비 업체들에 대한 기술력 수준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높아진 위상만큼 책임도 따르는 법이지만 일부 업체들이 기일 내 납품 가능 여부를 따져보지 않고 당장 눈앞의 계약 체결에만 급급한 행태를 보이면서 국내 업체들에 대한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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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들은 일부 업체들이 기일 내 납품을 하지 못하거나 계약 전에 보여줬던 샘플과 다른 제품을 납품하면서 계약 과정이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업체들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그에 걸맞는 책임감과 의사소통 능력이 요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더 높은 차원의 비즈니스 에티켓을 갖춰야 할 것"이라며 "소통은 일이 잘 진행될 때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방법과 수단으로 더 중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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