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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현대차 울산공장 무형의 파업 '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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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공장은 금방 재가동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부 마무리하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걸릴 겁니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한 직원은 지난 9일 사내하청 노조의 농성 해제 직후 이 같이 말했다. '공장 재가동'이라는 유형의 정상화는 쉬워도 '재화합'이라는 무형의 정상화를 이루기까지는 갈길이 멀다는 얘기다.
지난달 15일 울산1공장 점거 농성을 시작한 현대차 사내하청 노조가 25일 만인 9일 점거농성을 해제했다. 지금이라도 파업을 풀고 각자 업무에 복귀하기로 결정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25일간 파업을 통해 비정규직 노조가 얻은 성과가 무엇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득(得)은 없고, 실(失)만 있다는 생각에서다.

파업 기간 동안 2만8000여대에 달하는 차를 생산하지 못했다. 피해액도 3147억원에 이른다. 특히 지난달 초 출시된 신형 엑센트는 계약대수 신차 효과도 누리지 못하고 하루에 80여 대가량 계약되는 '평범한' 차가 되고 말았다. 그동안 신차 개발을 위해 투입된 인원 및 자금도 25일간의 파업으로 빛이 바랬다.
무형적인 측면에서도 손실은 있다. 현대차는 2년 연속 무파업으로 임단협 교섭을 달성했는데, 이번 파업으로 현대차가 이룬 '파업 없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허물어지게 됐다. 그만큼 고객의 신뢰도 떨어졌다.

점거 농성을 통해 비정규 노조는 현대차 사측을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성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당초 요구사항이었던 '정규직화'는 정작 이루지 못했다. 정규직 노조가 내놓은 중재안 가운데 고소고발 취하, 농성자 고용보장 등 파업을 하지 않았으면 없었을 조건만 받아들였다.

유무형의 손해 뿐 아니라 향후 봉합 과정도 쉽지 않아 보인다. 앞으로 현대차 및 하청업체 사측과 현대차 정규직 노조, 금속노조 등이 모두 참여하는 5자 회담이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서로의 입장이 다른 만큼 원만한 합의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특히 비정규직 노조의 점거 농성 해제가 자발적이라기 보다 정규직 노조와의 갈등, 금속노조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결정됐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대화의 필요성을 느껴서가 아니라 여건상 어쩔 수 없이 풀었다는 해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번 점거 농성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의문이 드는 이유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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