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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거인을 꿈꾸다]469명의 사장님이 한 건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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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창업 1000프로젝트'의 산실, 직접 가서 봤더니...

30여년전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허름한 창고. 대학을 중퇴한 20대 청년백수 두 명이 PC를 조립하고 있다. 그들이 불과 몇 년 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것으로 생각한 이는 당시 아무도 없었다. 이제는 너무나 잘 알려져 식상하기까지 한 애플 창립자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 이야기다.

그런데 이런 성공 스토리는 미국에서만 가능한 것일까? 대한민국의 서울에서는 불가능한 일일까? 이런 의문으로 찾아간 곳이 바로 서울시 산하 SBA(서울산업통상진흥원)가 진행하는 청년창업 1000프로젝트 현장. 그 곳에는 미래 한국의 거인들이 숨쉬고 있었다.
[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

◆ 강남청년창업센터 찾아가보니..
청년창업 '맞춤형' 지원시설 완비
실적 평가로 지원비 지급..자생력 키워


긴 복도 곁으로 10㎡(3평) 남짓한 사무실 200여개가 보인다. 안에선 연신 왁자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유창한 영어로 직원 면접을 하는 소리가 있는가 하면, 클라이언트를 앞에 두고 사업 아이템을 설명하는 고조된 목소리도 들려온다. 촬영실에선 조명을 이리저리 바꿔가며 제품사진을 찍느라 한창 바쁘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위치한 가든 파이브. 새의 둥지 모양으로 둘러쌓인 고층 건물 사이에 창업의 요람 강남청년창업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SBA측이 청년창업프로젝트에 지원한 이들에게 무상으로 지원한 창업 공간이다. 사무실은 물론이고 그 안에 들어가는 책상, 캐비닛 등 집기 등 사무실 일체를 서울시가 지원한다. 임대료, 관리비는 당연히 공짜. 사무실 외에 제품 촬영실, 창고, 세미나실, 공용장비실, 정보실까지 완비돼 있다. 스티브 잡스의 '창고'에 비하면 천국이나 다름없다.

창업지원센터 내 동영상 촬영실에서 예비창업자들이 홍보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창업지원센터 내 동영상 촬영실에서 예비창업자들이 홍보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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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두번째 기수를 받은 '청년창업 1000프로젝트'에는 현재 총 469개팀이 '가동'중이다. 인원으로 따지면 809명에 달한다.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개발 등 사업 아이템에는 제한이 없다. 그런데 소위 '지식창업'이 210개 팀으로 절반에 육박한다.

튀는 아이디어 하나로 승부하는 젊은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반증이다. 깜짝 놀란 건 이들의 전공이다. 예술계열이 291명으로 가장 많다. 또 하나, 직장 경험을 살려 예비 창업한 이들이 10명중 8명꼴로 거의 대부분이다.

회사경영은 이들의 아이디어를 사업과 연계시키는 도구일뿐이다. 아이디어만 훌륭하면 센터로부터 경영에 관한 거의 모든 게 지원된다. 법무, 세무, 특허관리 등 창업 초기에 겪어야 하는 온갖 까다로운 업무를 컨설팅 받을 수 있다.

혹시 지원금만 받아 챙기는 '먹튀'가 나오지는 않을까? 정부 돈으로 하는 사업이고, 사람이 하는 일인데 어디 구멍이 없을까? 그러나 '구멍'은 없었다. 시스템으로 예방하고 있었다. 프로젝트에 선정됐다고 해서 지원금이 한꺼번에 나가는 게 아니다. 정기 평가를 거쳐 성적에 따라 매달 70만~100만원씩 나누어 지급한다.

센터에 입주해 있는 한 창업자는 "취업이 어려워 창업을 하겠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마라"고 말한다. 왠만한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만큼이나 심사가 까다롭고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뜬 구름 잡듯 하다간 큰코 다친다는 것.

그러나 선발되기만 하면,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연결하는 건 생각보다 힘든 건 아니다. 창업에 가장 필요한 돈과 사무실, 그리고 판로개척을 서울시가 도와주기 때문이다.

예비 창업자들이 그룹을 이뤄 전문가로부터 창업 코치를 받고 있다.

예비 창업자들이 그룹을 이뤄 전문가로부터 창업 코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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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에선 창업 성공률이 67.2%에 달했다. 졸업기업 412개팀 중 277개팀이 사업자등록을 마친 것이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도전자가 71.8% 더 늘었다.

강남청년창업센터가 잘 되니까 따라하는 곳이 생겼다. 중소기업청과 강남구청, 마포구청 등 중앙 및 지방정부는 물론이고 한양대, 중앙대 등 총 30여곳에서 유사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분기별 평가를 통해 청년창업가 사이에 경쟁을 유도하는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하는 곳이 많다고 한다.

성과는 어떨까? 일자리 창출 효과가 1500명 정도에 누적 매출액이 132억원. 고용인 한명 당 대략 9000만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아직은 시작에 불과했지만 그 끝은 누구도 장담할 수 있을까? 앞으로 몇 년 사이에 이들 가운데 애플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 말이다.



박충훈 기자 parkjo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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