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G20 무색케한 외국인 '선물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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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코스피가 장 마감 전 동시호가에서 매물폭탄을 맞았다. 2시50분부터 10분 동안 도이치증권 창구를 통해 1조9000억원의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옵션만기일인 이날 코스피 시장은 사상 최대의 차익거래 순매도 '폭탄'에 벌집을 쑤셔놓은 듯했다. 시총 50대 종목 중 4개만이 폭격을 피했다. 코스피와 국내 투자자들은 외국인의 매물폭탄에 손 쓸 겨를도 없었다. 속수무책이었다. "외국인이 코스피에 간접 테러를 자행했다" "시장을 떠나려 하지 않고서는 이럴 수 없다" "작전세력이나 하는 짓거리다" "우리나라를 우습게 아는 짓이다". 도이치증권을 향한 국내 증권사와 투자자들의 흥분이 극에 달했다.


도이치증권 창구를 활용한 이번 폭탄매도는 주요 20개국(G20) 비즈니스 서밋이 진행 중이고 정상회의가 개막하기 직전에 벌어진 것이어서 투자자들을 더 씁쓸하게 했다.

이번 G20 정상회의는 선진국과 신흥국이 글로벌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협력키로 하는 대명제 아래 주요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특히 한국은 이번 G20 의장국으로서 선진국과 신흥국의 가교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중 이었다.


선진국, 신흥국의 주요 20개국 정상들이 모여 경상수지, 환율, 금융안전, 개발 등의 분야에 대한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한쪽에서는 선진국 자본이 코스피를 농락하는 전혀 예기치 않은 상황이 같은 날 서울 하늘 아래에서 발생한 것이다. 회의에서 신흥국과 협력방안을 논의했던 선진국의 주요 정상과 기업인들에게 이번 사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을 뿐이다.

특히 이번 회의에는 매물폭탄 창구역할을 한 도이치증권의 계열사 도이치뱅크의 요제프 아커만 도이치뱅크 회장도 참가해 투자자들을 더 씁쓸하게 했다. 한국도이치증권은 도이치뱅크 지주회사인 도이치홀딩스가 지분 100%를 갖고 있으며 아커만 회장은 이번 G20 비즈니스 서밋에서 금융분과 출구전력 소그룹을 이끌었다.


옵션만기폭탄이 터지기 불과 몇 시간 전 아커만 회장은 워커힐에서 열린 G20 비즈니스 서밋 개막총회 패널토론에서 공정한 경쟁 환경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 등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지급준비율을 높이고 있는데 대해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한 경쟁을 외친 지 불과 몇 시간 후에 매도폭탄을 터뜨린 것이다. 물론 매도 주체가 명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창구가 도이치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도이치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시장에서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이번 폭탄매도가 공정한 경쟁인지 아커만 회장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G20 정상회의가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주요 정상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당초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웠던 G20 성공적 개최를 통한 국격 향상은 어느 정도 달성했다는 평가도 잇따르고 있다. 다만 국격은 높였는데 실리를 얼마나 추구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G20 정상회의 중 마무리하려 했던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보류됐다. 터키 원전 수주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G20 정상회의를 시기한 것인지, 비웃은 건지지는 모르지만 행사 기간 중 보란 듯이 선진자본이 신흥국시장을 농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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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들이 신흥국과의 협력이라는 의제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해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던 모습과 대비된다.


정부 당국자에게 묻고 싶다. G20 재무장관들이 자국의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해 새벽까지 회의를 했다고 하는데 우리는 실리를 얼마나 챙겼는지. 혹시 국격에만 급급, 실리를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지를. 아울러 선진 자본에 의해 농락당하는 우리 시장을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건가를.


노종섭 증권부장 njs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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