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돈풀고 日시장개입...G20 환율합의 성패는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환율전쟁(달러화 대비 자국 통화가치상승을 방어하기 위한 각국의 조치)을 촉발시킨 미국이 3일(현지시간) 제 2차 양적완화(국채 매입을 통한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나서면서 2차 환율전쟁이 재연될 조짐이다.
시장결정적인 환율을 지향하자는 경주 주요 20개국(G20)재무장관 합의 이후에도 일본이 엔고(엔화가치 상승)를 우려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6000억달러를 쏟아붓기로 하면서 불씨를 지핀 것이다. 미국의 이번 조치로 달러의 추가적인 약세가 이어지고 달러화 대비 각국 통화가치 상승하면 환율방어 움직임 등 환율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당장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00원대로 시작해 나흘째 하락했고, 시장에서는 향후 1000원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3일 기자회견을 통해 환율전쟁 종식을 위해 경상수지 예시적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만큼 G20 서울정상회의의 역할과 한국의 중재노력이 더욱 절실해진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2차 양적완화는 예상보다 규모가 확대됐지만 이미 사전에 예고된 데다 최근의 외환시장에서도 달러화 가치에 이미 반영된 상태여서 급격한 원/달러 환율하락(원화가치 상승)은 없을 것"이라며 "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환율전쟁을 더 이상 방치해서 안 된다는 연대가 구축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중국의 위안화 절상, 일본의 시장 개입 지속여부 등 각국의 추이를 지켜본 뒤 서울 정상회의에서 경주 G20 재무장관회의 환율 문제 합의에 대한 이행 여부를 평가해 각국의 임의적인 행동을 막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정상회의 서울선언에는 경주에서 합의한 '시장 결정적 환율 제도 이행과 경쟁적인 통화 절하 자제', '경상수지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정책 수단 추구'라는 문구가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가 환율 분쟁 중재안으로 제시했던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은 구체적인 밑그림이 제시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가이드라인은 선진 흑자국, 선진 적자국, 신흥 흑자국, 신흥 적자국, 대규모 원유 생산국으로 나눠 선진 적자국과 신흥 흑자국에 무역 불균형 해소를 권고하고 나머지 그룹들도 경제 상황을 고려해 경상수지 조절에 힘쓸 것을 권고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가이드라인에 우리나라에 불리한 외환보유액 축소와 같은 부문은 검토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의 경우 ±4%라는 골격은 있지만 아직 회원국간에 세부 사항에 대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8일부터 G20 재무차관 및 셰르파(교섭대표)들이 만나 본격적으로 만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정상회의에서는 여기에 더해 이명박 대통령이 G20 회의에서 줄기차게 주창해온 스탠드스틸(standstillㆍ 추가적인 무역보호조치를 하지 않음)도 재천명할 계획이다.
이는 전 세계의 시장 개방을 통한 균형성장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격화 조짐을 보이는 환율 분쟁으로 자국에 유리한 수출정책이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환율 전쟁을 종식하는 지원군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G20에서 환율합의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로 신흥국 내에서의 환율 갈등은 고조되고 G20 회의에서 환율 합의가 훨씬 어려워진 상황이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을 환율전쟁 주범으로 지목해 비난해온 브라질은 룰라 현 대통령과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당선자가 3일(현지시간) 회동을 통해 미중 양국을 재차 비난하고 브라질 기업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들은 서울정상회의에 동반 참석해 공세의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은 "미국의 양적완화로 환율전쟁이 벌어졌고, 중국이 타깃이 되고 있지만 원화에 대해서도 물귀신 작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강봉균 민주당 의원은 "G20 정상회의에서 만들어질 환율정책 합의는 한ㆍ중ㆍ일 등 동아시아 흑자국에 환율을 절상해 흑자를 줄이라는 압력수단으로 활용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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