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3일(현지시간) 미(美)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시장의 예상에 거의 부합하는 추가 양적완화책(QE2)을 내놨다.


이를 놓고 고용 및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갑론을박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가지 분명한 점은 달러 가치가 추가 하락할 것이며 이로 인해 통화 전쟁이 재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준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내년 6월까지 총 6000억달러의 자산 매입에 나서겠다고 밝히며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이 매우 낮은 수준에서 머물 경우 추가 자산 매입에 나설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기준금리 역시 현 제로(0) 수준으로 동결했다.


외신들은 일제히 QE2의 실질적 효과를 분석하며 다양한 찬반 양론을 소개했는데 전문가들의 중론은 달러 약세와 신흥국들의 자산 버블로 모아졌다. 세계 최대의 채권펀드인 핌코의 모하메드 엘-에리안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실은 기고문을 통해 "연준의 유동성 추가 공급은 미국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의미 있는 구조적 개혁 없다면 연준이 찍어낸 달러는 모두 미국 밖으로 흘러나가 타 국가들의 유동성 급증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타 국가의 경우 이미 유동성 과잉 공급에 몸살을 앓고 있다"면서 "브라질과 중국 같은 신흥국들의 경제는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유로존과 일본의 경우 자국 통화의 추가 하락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이 자국의 번영을 위해 달러를 의도적으로 절하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타 국가들은 QE2를 자본 유입 급등을 유발하는 부적절하고 근시안적인 정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 통화 전쟁이 다시 촉발되고 자본 규제가 강화되는 등 보호무역주의가 전 세계를 휩쓸 것이라는 전망이다.


게인 데이비스 전(前)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마켓워치 칼럼을 통해 "연준이 추가 자산 매입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증시 투자자들이 '버냉키 풋(Bernanke Put)'을 기대할 여지를 남겼다"면서 "연준은 미국 및 전 세계에 자산 버블이 나타날지라도 약달러와 증시 랠리에 기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자산 운용과 관련해 '연준과 반대 입장에 서지 마라"라는 오랜된 속담이 있다"면서 "연준의 추가 자산 매입으로 위험 자산은 당분간 고공행진을 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화당의 마이크 펜서 하원의원(인디애나) 역시 "연준의 QE2로 인해 달러 가치 하락 리스크가 엄청나게 증가했다"면서 "정부는 미국 국민들을 위해 달러의 구매력 감소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준의 발표 직후 유로-달러 환율은 1.4179달러까지 치솟으며 지난 1월26일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4일(현지시간) 금융통화정책회의를 개최하는 영란은행(BOE)ㆍ유럽중앙은행(ECB)과 5일 회의를 끝마치는 일본은행(BOJ)이 양적완화에 동참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치 0.4%를 크게 웃도는 0.8%를 기록하면서 양적완화에 대한 압력이 줄어든 상황이다. 그러나 전일 영국 구매관리자(PMI) 서비스업 지수가 6월 이래 최고를 기록하자 파운드-달러 환율은 지난 1월29일 이래 최고치인 1.6157달러까지 치솟으면서, 파운드화의 추가 상승을 예고한 상태다. 현재 아담 포센 BOE 위원은 추가 양적완화를 강력 주장하고 있다.


최근 출구전략을 점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ECB 역시 유로화가 상승곡선을 그린다면 얼마든지 양적완화에 나설 수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ECB가 유로화 강세를 묵과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ECB가 돈을 풀 가능성을 제시했다.


BOJ도 달러-엔 환율 추이에 따라 유동성 공급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 정책회의를 FOMC 다음날로 앞당기며 맞불 작전을 펼 수 있다는 신호를 노골적으로 보내고 있는 BOJ는 현재 35조엔에 달하는 유동성 공급 규모를 최대 두 배로 늘릴 수 있으며 매입 대상 채권의 범위도 큰 폭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연준의 QE2 발표 이전부터 미국 양적완화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중국은 "QE2가 신흥국들의 자산버블과 하이퍼 인플레션을 유발할 뿐"이라면서 "중국 역시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인플레 압박이 가중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3년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한 중국은 10월 CPI가 4%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이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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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중국과 더불어 QE2로 인플레이션에 빨간 불이 켜진 신흥국들은 금리를 인상하거나 자본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국에 대한 비판을 강도높게 쏟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연준의 QE2가 시장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만큼 세계 각국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낮다"면서 "달러 하락 추이를 지켜본 후 행동에 나서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해수 기자 chs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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