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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곳간 채운 '노숙인 저축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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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노숙인쉼터에 거주하면서도 자립을 위해 꾸준히 저축을 해온 노숙인 3명이 있어 눈길을 끈다. 이들은 올해 제47회 저축의 날 행사에서 금융위원장 표창 대상자로 선정됐으며 서울시 노숙인 저축왕 선발대회에서 시상을 받기도 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 수년간 노숙인 생활을 해온 오 모(남, 53)씨와 신 모(남, 49)씨, 김 모(남, 41)씨다.

오씨는 군 제대 후 시작한 돼지농장을 실패하면서 고난의 길을 걸어야만 했다. 가지고 있는 땅을 정리해 빚을 갚은 후 1989년 무작정 일본으로 떠난 오씨는 건설일용직 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온갖 고생 후 10년만에 귀국했으나 부인과의 성격차를 극복하지 못해 1998년 이혼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오씨는 이혼 후 6년 동안 고시원에서 생활하면서 건설현장의 막노동 수입으로 생활을 이어갔지만 2005년 뜻하지 않은 실수로 큰 빚을 졌다. 그는 빚을 정리하지 않고서는 앞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해 노숙인쉼터에 입소했고 이 후 열심히 일을 해 빚을 모두 상환했다.

하지만 재기를 준비하던 그에게 또 하나의 시련이 닥쳤다. 2009년 5월초 심혈관질환으로 수술을 받아야만 했던 것이다. 다행히 예전에 가입해 놓은 보험이 있어 약간의 보험금이 나왔다. 이 보험금으로는 최소한의 생활비를 충당했으며 봉급은 모두 저축했다. 그는 지난 5월 급여가 좀 더 나은 서울에코시티(재활용센터)로 직장을 옮겼고 월급 130만원 중 90만원을 매월 저축하고 있다.

신씨의 사연은 더 안타깝다. 군복무 중 사고로 의가사제대를 한 후 몸과 마음이 쇠약해진 상태에서 입대를 위해 휴학했던 홍익대에 복학했다. 그는 졸업 후 취직을 했지만 곧 정신질환을 앓게 돼 회사를 그만뒀다.
모든 사람들이 외면하는 정신병이었지만 신씨는 좌절하지 않았다. 수년간 축령정신병원, 가나안쉼터, 자유의집, 은평병원 등 정신병원과 노숙인보호시설에서의 생활하며 치료를 받았고 서울시 노숙인 자활프로그램인 자활영림단에서 1년간 숲가꾸기사업에 참여해 1000만원을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큰형이 중풍으로 생활이 어렵다는 소식에 1000만원을 형수에게 전해주고 다시 노숙인쉼터인 비전트레이닝센터에 입소했다. 신씨는 급여 50만원을 5년동안 꾸준히 저축하고 있다.

2002년부터 노숙인 시설을 이용해 온 김씨는 2008년 3월 구세군자활주거복지센터에 입소하기 까지 100만원 이상을 저축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가 2008년에 노숙인 저축왕 선발대회를 통해 희망플러스 통장 가입자격을 얻었고 이 후 2년간 성실히 저축을 해 왔으며 1년 후엔 1440만원이라는 목돈을 받게 된다. 그는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아 현재 보일러취급자격증, 방화관리사, 전기기능사자격증을 취득한 상태다. 김씨의 꿈은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아파트 관리소장이 되는 것이다.

한편 노숙인 저축왕 선발대회는 보호시설에 생활하고 있는 노숙인을 대상으로 근로소득 중 저축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사람들을 선발해 시상하는 행사다. 지난해 70명의 노숙인 저축왕을 선발했으며 이 기간동안 노숙인 보호시설 입소 노숙인(2000여명)의 저축액은 12억원에 달했다.

서울 희망플러스통장은 근로 저소득층이 월 5만~20만원을 3년간 저축하면 서울시와 민간 후원기관이 공동으로 동일금액을 추가 적립해 경제적 자립기반 마련을 지원하는 제도다. 저축액은 주거자금, 창업자금, 본인 및 자녀 고등교육 용도로만 한정되고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교육 등을 부가적으로 제공된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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