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씨는 군 제대 후 시작한 돼지농장을 실패하면서 고난의 길을 걸어야만 했다. 가지고 있는 땅을 정리해 빚을 갚은 후 1989년 무작정 일본으로 떠난 오씨는 건설일용직 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온갖 고생 후 10년만에 귀국했으나 부인과의 성격차를 극복하지 못해 1998년 이혼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재기를 준비하던 그에게 또 하나의 시련이 닥쳤다. 2009년 5월초 심혈관질환으로 수술을 받아야만 했던 것이다. 다행히 예전에 가입해 놓은 보험이 있어 약간의 보험금이 나왔다. 이 보험금으로는 최소한의 생활비를 충당했으며 봉급은 모두 저축했다. 그는 지난 5월 급여가 좀 더 나은 서울에코시티(재활용센터)로 직장을 옮겼고 월급 130만원 중 90만원을 매월 저축하고 있다.
신씨의 사연은 더 안타깝다. 군복무 중 사고로 의가사제대를 한 후 몸과 마음이 쇠약해진 상태에서 입대를 위해 휴학했던 홍익대에 복학했다. 그는 졸업 후 취직을 했지만 곧 정신질환을 앓게 돼 회사를 그만뒀다.
그러나 큰형이 중풍으로 생활이 어렵다는 소식에 1000만원을 형수에게 전해주고 다시 노숙인쉼터인 비전트레이닝센터에 입소했다. 신씨는 급여 50만원을 5년동안 꾸준히 저축하고 있다.
2002년부터 노숙인 시설을 이용해 온 김씨는 2008년 3월 구세군자활주거복지센터에 입소하기 까지 100만원 이상을 저축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가 2008년에 노숙인 저축왕 선발대회를 통해 희망플러스 통장 가입자격을 얻었고 이 후 2년간 성실히 저축을 해 왔으며 1년 후엔 1440만원이라는 목돈을 받게 된다. 그는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아 현재 보일러취급자격증, 방화관리사, 전기기능사자격증을 취득한 상태다. 김씨의 꿈은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아파트 관리소장이 되는 것이다.
한편 노숙인 저축왕 선발대회는 보호시설에 생활하고 있는 노숙인을 대상으로 근로소득 중 저축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사람들을 선발해 시상하는 행사다. 지난해 70명의 노숙인 저축왕을 선발했으며 이 기간동안 노숙인 보호시설 입소 노숙인(2000여명)의 저축액은 12억원에 달했다.
서울 희망플러스통장은 근로 저소득층이 월 5만~20만원을 3년간 저축하면 서울시와 민간 후원기관이 공동으로 동일금액을 추가 적립해 경제적 자립기반 마련을 지원하는 제도다. 저축액은 주거자금, 창업자금, 본인 및 자녀 고등교육 용도로만 한정되고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교육 등을 부가적으로 제공된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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