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퇴직자에게 아이들 대학 학비도 대준다니 남들한테 부러움도 받지요. 다른 은행에서 비슷한 나이의 지점장들이 수년 전에 대부분 그만두었고 일반 기업에서는 50세가 되기 전에 나간 사람이 수두룩하지요. 그에 비하면 K형은 행복한 셈이지만 말이 '희망퇴직'이지 자의반 타의반으로 나가는 사람 심정이야 어디 그런가요. '나와서 뭘 할 것이냐'고 묻자 거꾸로 '뭘 할 게 있느냐'고 반문했듯 막막하겠지요.
K형을 비롯한 은행원이 대거 퇴직 신청한 즈음 이 나라 은행 풍경은 초라했습니다. 주요 20개국(G20) 회의로 외국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한국으로 몰려오는데 내로라하는 이 나라 은행장들은 오히려 외국으로 나갔습니다. 정치인들이 국정감사에서 벼르고 있어 몸을 피한 것이라는 말이 돌았습니다.
K형 은행의 가장 높은 분이 생산성이 높다고 부러워한 다른 은행의 지주회장도 외국으로 나갔습니다. 집안싸움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차명계좌도 드러났습니다. 이 은행은 정부 간섭없이 수십년간 주주들끼리 운영해서 정부가 우리나라의 이상적인 은행 모델로 여긴 곳이었습니다. 이제 스타일을 확 구긴 후 며칠 후 이사회를 열어 과연 어떤 모델로 경영을 해나갈지 궁금합니다.
K형, 언젠가 계산을 해본 적이 있지요. 80세 넘어까지 산다면 K형이 입사한 후 지금까지의 시간만큼이 앞으로 남아있다고. 그러면 퇴직 시점을 '수습'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형이 은행에 '넌더리가 난다'고 했으니 재취업 방향을 금융에서 다른 쪽으로 확 돌리는 것은 아닌가 싶네요. 그렇다고 행여 어떤 요행을 바라고 정치 쪽으로 눈을 돌리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이 나라 은행의 이상 모델과 경영의 정답은 아직 암중모색이지만 분명한 것은 정치 바람, 관 바람이 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지요.
이상일 논설위원 bru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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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려고 맞았는데 아이가 생겼어요"…난리난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