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4일 기준금리를 3개월째 동결했다. 한국 경제가 처한 딜레마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낸 결정이다. '물가'와 '환율'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 기준금리 동결로 이어진 것이다.
최근의 물가 오름세나 금리의 저수준을 감안할 때 통화가치의 안정을 제일의 목표로 하는 중앙은행의 입장에서 금리인상을 통한 금리의 정상화를 추구하는 게 상식이다. 지난 9월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에 달했다. 생필품 값은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한은도 최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경기상승에 따른 수요압력 증대, 공공요금 인상,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4분기 물가가 관리목표를 넘어설 것이라 예측했다. 인플레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려야 할 만한 근거가 뚜렷하다.
그런데도 금리에 손대지 못했다. 불안정한 세계경제 흐름과 글로벌 환율전쟁이 이유다. 무역불균형에서 비롯된 환율전쟁이 갈수록 가열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원화 환율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금리를 올려 내외 금리차가 더 벌어지면 외화 유입이 증대되고 환율은 더 하락할 수밖에 없다.
주요국들도 저금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은 제로금리로 복귀했고, 유럽중앙은행(ECB)도 17개월째 기준금리를 1%로 묶었다. 호주와 인도네시아 태국 등도 최근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경기부양을 위해 선진국들이 풀고 있는 돈도 만만치 않다. 언제 돈 뭉치가 몰려 올지 알 수 없다. 물가를 외면하고 금리를 동결한 이유이자 명분이다.
분명 우리 경제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물가안정이 유지되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하되 '국내외 금융경제상황을 종합 고려하겠다'는 금통위의 애매한 발표문이 한국 경제의 고민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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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안정이 우선인가, 환율대응이 급한가. 앞으로 금리는 어떻게 되는가. 분명한 신호가 없다. 시장은 혼란스럽다.
이럴 때일수록 중앙은행은 본연의 책무에 엄격해야 한다. 물가는 정말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지, 저금리가 빚 많은 기업들의 도적적 해이를 불러오지는 않을지 제대로 짚어보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어정쩡한 자세로 우왕좌왕하다가 금리인상의 적기를 놓친다면 회복기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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