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 새해마다 매일 일기를 쓰겠다고 결심하지만, 결심을 이어가기란 쉽지 않다. 일기장은 일주일도 안 돼 버려진다. 블로그도 마찬가지다. 맨 처음 블로그를 개설할 땐 의욕이 넘쳐도 어느샌가 글을 올리는 횟수가 뜸해지고 결국엔 텅 비어 버린다.


 그러나 블로그는 '독자'가 있다는 점에서 일기와 다르다. 일기를 읽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고 안 쓰는 일기장은 버려 두면 그만이다. 반면, 블로그에 글을 안 올리면 자주 방문해 내 글을 읽고 댓글을 달아주던 독자들에게 꽤나 미안한 마음이 들게 마련이다.

 블로그를 방치한 사람들의 '사죄'를 모아 놓은 사이트가 있다. 사이트 이름이 모든 내용을 말해준다. '죄송합니다, 요즘 글을 못 올렸어요(Sorry I Haven't Posted, http://sorry.coryarcangel.com/)다. 이 사이트는 수많은 블로그를 돌아다니며 최근 글을 올리지 못한 이유와 미안한 마음을 담은 게시물을 수집해 올린다.


블로그에 게을러진 사람들이 말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많은 이유는 물론 바빠서다. "요즘 너무 바빳어요. 일을 세 개나 하게 됐거든요.", "얼마 전 아들이 대학에 갔어요. 빈 시간을 여동생이랑 보내면서 쇼핑을 잔뜩 했죠." 블로그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일상을 보여 주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 무엇을 샀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사진까지 더해 꼼꼼히 공개한다.

사는 게 너무 벅차다고 쓴 한 여성은 자신의 사진과 함께 입고 있는 것들의 가격까지 적어 올렸다. "검은색 캐미솔 3달러, 스커트 3달러, 목걸이 1달러. 입고 있는 걸 다 합쳐도 7달러라니 이건 거의 기록이야!" 진지해질 수 밖에 없는 사연도 있다. "심장질환이 있었어요. 심각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심장 질환이었죠. 이제 담배도 끊고, 운동도 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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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이트를 만든 디지털 아티스트 코리 아르칸젤(Cory Arcangel)은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발견한 사연들을 직접 모아 재전시한다. 너무 바빴거나, 아팠거나, 혹은 '그냥' 블로그를 그만두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새삼 놀라운 것은 이 모두가 블로그에 소홀해진 이유를 굉장히 미안한 마음과 함께 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기쓰기를 그만둘 때 우리는 이런 '미안함'을 느꼈을까? 블로그를 방문해 주는 사람들도 사실은 인터넷 속에서 나와 연결된 내 친구들이며, 그들이 어떤 식으로든 내 삶을 타인에게 전달하도록 만드는 계기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심장병에서 방금 회복한 블로거도 이렇게 말하지 않는가. "이제부터는 다른 것보다 블로그를 더 열심히 할 거예요!"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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