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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이야기] 포도주 통에서 유래한 선박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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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서 포도주통 선적량으로 선박톤수 결정
선박의 톤수는 용적의 개넘 중량톤수와 차이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스러스터 캐니스터, 자가 위치제어시스템 등 최첨단 장비를 장착한 드릴십 ‘딥워터 챔피언(Deepwater Champion)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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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선박의 크기와 배에 싣는 화물량 등을 표시하는 단위로 ‘톤(t, ton)’이 사용된다.
그런데, 선박에서 사용되는 t의 개념은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그것과 차이가 있다. 다음의 퀴즈를 먼저 풀어보기로 하자.

<퀴즈>
인천 항구에서 눈 앞에 보이는 커다란 화물선을 바라보던 A가 선박을 잘 안다는 B씨에게 “저 선박은 몇t짜리 선박이나 됩니까?”라고 질문하니 B씨는 “5000t 정도 되겠네요”라고 답변했다. 이때 5000t은 다음 중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가. 그 선박 자체의 무게가 5000t이다.
나. 그 선박이 적재할 수 있는 화물량이 5000t이다.
다. 그 선박 자체의 무게와 적재할 수 있는 화물량의 무게를 합한 것이 5000t이다.
라. 가. 나. 다. 어느 것도 정답이 아니다.
많은 분들의 의견이 분분할 것이다. 정답은 ‘없다’

정확히 말하면 A씨의 질문 자체가 틀렸다. 선박 톤수에 대해 잘아는 사람이라면 “저 선박이 몇 t짜리 선박일까요?”라는 질문 자체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A씨가 선박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B씨는 친절하게 “저 선박은 ××톤수로 몇톤쯤 될 것이다”라고 우문을 현답으로 바꿔 대답할 수도 있었을 테지만 그 또한 그렇게 답하지 않았다.

즉, 선박의 톤수는 아주 다양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톤이라는 개념과 다르기 때문에 막연하게 몇 톤이라는 개념은 있을 수 없다. 반드시 무슨 톤수로 몇t이라고 해야 정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드시 이해해야할 점은 선박의 톤수는 중량 개념이 아니라 용적개념이라는 근본적인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통상 알고 있는 t은 미터법상의 중량개념으로서 1000kg이 1t이라는 공식이 굳게 박혀있다.

이것은 정확한 지식이며, 결코 틀린 것이 아니다. 다만 선박에서는 t이라는 개념의 발전과정에서의 편의상 용적개념을 사용했고, 그것이 그대로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니 일반인들로서는 혼동할 수밖에 없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8400TEU급 컨테이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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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톤수에서 t을 사용하는 이유를 알아보려면 그 유래를 찾아봐야 한다. ‘ton’이라는 낱말은 큰 술통을 의미하는 고대 영어 ‘턴(tun)’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유럽에서 선박에 의한 운송이 활발하게 되자 이러한 수상운송선박에 세금을 부과하는 문제가 제기됐고, 세금부과의 기준으로 삼을 선박의 크기를 정할 필요가 생겼다. 그러나 당시까지만 해도 선박의 크기를 정하는 뚜렷한 기준이 없었다. 따라서 당시 선박으로 운송하는 화물중 가장 보편적인 화물의 하나였던 포도주통을 기준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이는 고대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바다와 관련이 깊고 많은 선박을 보유하고 있는 영국이 톤수 측정제도에서도 큰 영향을 미쳤다. 중세 영국의 해상운송 화물중 단일품목으로는 최대 물품인 포도주는 나무로 만든 통에 담아 운반됐는데 이들 포도주통이 도량 단위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국가간 거래에서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이 됐던 것이다.

즉, 한 선박이 실을 수 있는 화물 적재 공간을 전부 포도주통으로 다 채웠을 때 몇 개의 통을 적재할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하게 된 것이다. 포도주통 100개를 적재할 수 있으면, 100t이고, 150개면 150t 하는 식이다. 포도주통은 참나무로 되어 있고, 그 안에 담은 술도 알콜이 함유되어 있어 해수보다 비중이 낮다. 또 둥근 통에 담기 때문에 적재할 때 통과 통사이에 남는 공간(데드 스페이스)가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포도주통을 몇 개 적재할 수 있는가는 그 선박의 적재중량보다는 화물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용적에 더 의존하게 됐다. 이것이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면서 선박의 톤수를 측정할 때는 일반적으로 생각하기 쉬운 중량단위보다는 용적단위를 사용하게 됐다고 한다.

그후 영국을 중심으로 한 전통 해운국들이 선박 톤수의 측정기준을 정할 때 당시의 포도주통이 점하는 용적을 재서 100ft³를 1t으로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기준이 당시 보편적 기준으로 자리매김하자 포도주 무역에 종사하지 않은 선박도 선박 소유자들이 자기 선박의 용량을 계산하는 기준으로 이 포도주 통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tun’은 포도주 이외의 선박 화물에 대한 도량의 단위로 쓰이게 됐다.

아울러 선적된 tun의 수를 나타내는 ‘tunnage’라는 용어도 점차 선박의 화물창의 용량, 즉 선박의 적재능력이나 크기를 나타내는 지표로 쓰이게 됐으며, 16세기경 tun은 ‘톤(ton)’으로, tunnage는 ‘토네이지(tonnage)’로 바뀌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물론 포도주통을 몇 개를 적재할 수 있느냐는 그 선박의 중량 감당 능력에도 영향을 받지만, 그 보다 용적에 크게 의존한다는 것이 오늘날 선박톤수제도를 일반인이 쉽게 이해하기 어렵게 한 요인이 됐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드릴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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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오늘날 사용되는 선박의 톤 단위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일반적으로 선박의 크기를 나타낼 때 그 척도로 사용하는 톤수는 ‘총톤수(G/T, Gross Tonnage)’로 부피톤수, 즉 용적 톤(M/T, Measurement Ton)의 개념이다. G/T는 선박의 등록이나 검사 및 입항세 등 제반비용 계산 때 기준이 된다.

총톤수가 서류상의 개념이라면 실제 화물을 싣고 운반함에 있어 사용되는 톤수는 무게톤, 즉 중량 톤(M/T, Metric Ton)이다. 용적톤과 약어도 같지만 풀어쓰면 다르다. 중량 톤은 원유, 석탄, 철광석 등 대부분의 선박에 의해 수송되는 물량과 운임이 무게에 따라 결정된다. 오늘날 용적톤 1M/T는 1㎥(약 40ft³)의 크기를 의미하며 중량톤 1M/T는 통상 1000kg이다.
<자료: 조선포탈 파로스(www.u-pharos.com/index.asp) / yamarkr의 블로그(http://kr.blog.yahoo.com/yamarkr) / 안전한 바다 블로그(http://blog.naver.com/safer_sea)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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