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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경제레터]이태백과 윤효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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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이백. 그는 이태백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두보와 함께 중국 최대의 시인이며 시선(詩仙)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요즘 지진, 대홍수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 쓰촨성에서 출생했으며 현존하는 작품만도 1100여편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는 부패한 당나라 정치에 불만이 많았고 자신의 정치적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바랐습니다. 43세 되던 해에 현종(玄宗)의 부름을 받아 장안에 들어가 환대를 받기도 했고, 한림공봉이라는 관직을 하사받기도 했습니다.
궁정에 들어간 그는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실현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현종의 곁에서 시만 지어올리는 신세가 된 것을 한탄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어렸을 때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그는 공부를 싫어했고, 매일 밖에 나가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게 일과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미주(眉州) 상이산(象耳山)에서 공부를 하다가 힘이 들어 중도에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마침 작은 시냇물을 건너던 중 한 노파가 쇠를 숫돌에 갈고 있는 것을 보고 질문했습니다.
“할머니, 그것 갈아 무엇 하시겠습니까?”

그러자 노파가 대답했습니다.

“바늘을 만들려고 그러는 거지.”

노파의 말에 이백은 어이가 없어 웃으며 말했습니다.

“할머니, 그게 어디 될 법이나 한 일인가요? 헛수고하지 마세요.”

그러자 노파는 정색을 하며 말했습니다.

“쉬지 않고 꾸준히 갈다보면 왜 바늘이 되지 않겠느냐?”

노파의 말을 듣고 난 후 이백의 태도는 달라졌습니다. 마음을 잡았습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그 노파의 말을 되새겼습니다. 이백이 위대한 시인이 된 데는 그 노파의 한마디가 그만큼 큰 에너지가 된 셈입니다.

어떤 일이든지 꾸준히 해나가면 언젠가는 반드시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겨주고 있습니다. 일을 성취하기 위해 모든 정성을 기울이는 성실한 모습을 얘기할 때 이백의 사례(철저마침·鐵杵磨針)를 드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시인 이백의 어렸을 때 글을 읽다가 요즘 ‘피아노와 이빨’로 뜬 피아니스트 윤효간씨를 생각해봤습니다.

그는 세계 유명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최종학력은 고졸입니다. 그런데도 그는 출연자 심사가 까다롭기로 이름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을 했습니다. 국립극장에서도 여러 차례 연주를 했습니다.

그런 그가 유명세를 타게 된 배경이 궁금했습니다. 지난 7월 어느 날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아침 7시에 진행하는 윤효간 출연 음악회가 있다 해서 가 봤습니다. 음악회에 내걸린 주제 또한 흥미를 끌었습니다. 피아노와 이빨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진행되는 음악회, 고졸 피아니스트가 출연하는 음악회에 많은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였습니다. 그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들은 숨을 죽였습니다. 그는 록(ROCK)을 연주하기도 하고 탱고와 팝(POP)을 연주하기도 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헤이 쥬드(Hey Jude)에서 엄마야 누나야, 오빠생각, 마법의 성 등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회가 진행되면서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다양한 장르에 숨을 죽이며 발상의 전환이 주는 대가를 연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관객의 마음을 끈 것은 그가 있기까지의 체험을 담은 이빨(입담)이었습니다. 그는 60년대 부산에서 유엔성냥을 생산하던 회사의 자제분이었습니다. 산업화 정도가 낮은 당시로서는 부잣집 아들이었던 셈입니다.

비교적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부모님이 지원해주는 렛슨 선생을 거부했습니다. 어린나이였지만 판에 박은 듯 정해진 악보에 따라 연주하는 피아니스트가 싫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가출을 결심했습니다. 부모님 밑에서, 부모님이 정해주는 레슨 선생님 밑에서 피아노를 배우는 것에 반기를 든 것입니다. 악보에 나와 있는 베토벤, 슈베르트의 피아노곡을 연주해서 뭘 하나, 자신만 가질 수 있는 피아니스트의 세계를 꿈꾸며 한때 가출하며 방황했던 것입니다.

당시 비교적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던 그는 부모님의 피아노 레슨비 지원도, 음악대학 진학도 포기하며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만들어 냈습니다.

자신만의 영역, 피아니스트 지망생으로 고정관념을 깨버린 그는 트레일러에 피아노를 싣고 70일간 미국의 11개주를 다녔고, 30일간 호주 투어공연도 했습니다. 결국 그는 유명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지 않으면 설 수 없는 무대인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국립극장에서 공연을 허락받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40대의 젊은 총리가 발탁됐습니다. 총리 발탁 이후 이명박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에서 “젊은이들의 도전은 우리 모두의 희망”이라 했습니다. 그는 특히 “저와 정부는 젊은이들이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데 더 큰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젊은이들의 도전이 없는 사회는 미래가 없는 사회입니다. 희망도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고용시장 현장은 어떻습니까? 말이 아닙니다. 나라의 장래가 걱정스러울 정도입니다.

청년백수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디디려는 대학 졸업예정자들은 취업을 하지 못 해 안달입니다. 지표로 본 경기는 회복됐다지만 그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한계점에 이르렀습니다.

20대 일자리가 고용시장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지도 오래됐습니다. 이 상태가 오래가면 불안한 사회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청년백수들이 넘쳐나고 있는 현상이 오래 지속되면 우리의 미래는 그만큼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젊음이 무엇입니까? 도전이 무엇입니까? 이들이 마음 놓고 도전하기 위해서 어떤 여건이 조성돼야 합니까?

이백과 윤효간의 절은 시절에서 젊음의 길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이백의 젊은 시절을 보면 힘이 나지 않습니까? 피아니스트 윤효간이 젊은 시절, 고정관념을 파괴하면서 겪었던 방황의 모습에서 젊음의 길이 보이지 않습니까?


계절은 인간을 속이지 않습니다. 입추가 지났습니다. 말복도 지났습니다. 주차장처럼 메웠던 고속도로의 휴가행렬도 이젠 끝물입니다. 작열하던 태양 역시 조금 있으면 시원한 바람을 몰고 올 것입니다.

머지않아 하늘이 높아지고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도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곁에 살짝 다가와 있을 것입니다.

마음을 추스르고, 생각을 바꾸고, 천고마비의 계절을 맞을 준비를 할 때입니다. 철저마침(鐵杵磨針). 쇠뭉치를 갈아 바늘을 만드는 노력에다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지혜까지 갖추면 이 세상에 불가능한 일이 있겠습니까? 그렇게 하면 기회는 우리 곁으로 다가오게 될 것입니다.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 회장 presi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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