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소민호 기자] 시장에서 고대하던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이 무산된 것은 총부채상환비율(DTI) 때문이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연이틀 관계장관 회의에서 거래대책 결론을 내지 못한 것을 설명하며 "DTI 완화에 따른 효과가 어떤지 좀 더 심층적인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논의됐다"고 밝혔다.

DTI 규제 완화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국토부와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간 분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국민들도 거래활성화를 위해서는 DTI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과 가계부채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뿐이라는 의견으로 갈려있다.


이같은 견해들은 DTI 완화가 어떤 식으로든 시장에 영향을 줄 것임을 뜻하는 것이어서 정책당국으로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설익은 예단으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비정상적으로 침체돼있는 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하거나 과도한 유동성을 남발해 가계부실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투기 부를 가능성 크다"= 청와대와 금융당국이 DTI 규제 완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부자를 위한 대책'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판단들도 상당수 이런 쪽으로 모아진다. 변성진 미래에셋 건설부문 애널리스트는 "거래가 안 되는 이유는 매수자들이 가격이 더 빠질거라는 시장심리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출금이 부족해 못사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작금의 상황은 추가 하락에 대한 기대심리가 작용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가격이 기대만큼 하락하지 않는 이상 DTI 완화는 거래를 촉발시킬 대안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시장이 좋아질 것이라는 단기 시그널을 보낼 수는 있겠지만 미봉책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변 애널리스트는 "실제로 지난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내려가면서 2009년 초부터 말까지 거래가 다시 살아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차라리 이대로 시장자율에 맡겨놓으면 수요를 창출할만한 가격이 형성된 이후 시장이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주택을 매수할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대출규제를 일부 풀어준다고 해서 매매가 급작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어느정도 바닥이 다져지고 나면 매수심리가 형성되며 거래가 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실련은 DTI 완화에 대해서는 거품과 투기, 금융부실 초래한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실련은 "DTI는 소득으로 원리금 상환액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만큼 주택담보대출을 해주는 것으로, 금융기관과 가계의 건전성과 안전성 확보를 위해 도입된 제도"라고 전제하고 "가계부채와 부동산담보대출을 더욱 늘리도록 하는 금융규제에 대한 완화는 우리 금융과 경제를 파멸로 몰고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거래 살릴 유일한 대안"= 주택업계는 DTI 규제 완화가 거래를 급작스럽게 늘릴 묘안은 아니라는 데 동의한다. 그러면서도 지금 시장에서는 투기를 부르지 않으면서 유일하게 거래를 살릴 수 있는 대안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송현담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새로 입주하려는 사람들이 기존 주택을 팔지 못해 잔금을 내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제한적으로 이런 거래라도 가능하게 하려면 DTI 규제 소폭 완화가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본부장은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DTI 규제를 자산소득이나 미래소득까지 포함해 개인이 빚 갚을 능력이 되는 한도 내에서 대출이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금융권이 개인의 자산이나 소득 수준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담보를 충분히 확보해 대출해주고 있는 마당에 DTI 규제를 경직되게 운용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09년부터 3년만기 담보대출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기존 집을 처분하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들이어서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선에서라도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는 DTI 규제 완화가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거래에 꼭 필요한 소비자가 활용할 수 있는만큼 비투기지역만이라도 10%씩 상향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사실 DTI규제는 강남3구 등 투기지역을 제외한 서울에 50%,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 60%가 적용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20% 수준 안팎으로 활용된다.

AD

따라서 금융기관이 개별적으로 건전성이 있는 개인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소득수준에 따라 대출을 늘려줄 수 있도록 해주면 주택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주택가격에 대한 하락 기대심리가 높아진 시점에 무작정 대출을 받아 투기에 나서지도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소민호 기자 smh@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