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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시설 '하나원'속 탈북자 만나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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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여성들은 하나둘학교 초등반 아이들의 노래가 흘려나오자 눈물을 쏟아냈다. 북한에서는 듣지 못했던 내아이의 희망찬 목소리에 그동안 쌓였던 서러움을 쏟아내는듯 했다. 하나원에 입소한 탈북자들은 북한내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언론에 얼굴이 비공개된다. <사진제공=통일부>

탈북여성들은 하나둘학교 초등반 아이들의 노래가 흘려나오자 눈물을 쏟아냈다. 북한에서는 듣지 못했던 내아이의 희망찬 목소리에 그동안 쌓였던 서러움을 쏟아내는듯 했다. 하나원에 입소한 탈북자들은 북한내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언론에 얼굴이 비공개된다. <사진제공=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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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국내 입국한 탈북자수는 지난 1993년 8명을 시작으로 올해 2만명이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양한 경로로 목숨을 걸고 탈북한 이들은 남한 땅을 밟는 순간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두려움을 또 겪는다.

이런 어려움의 극복을 도와주기 위해 세워진 기관이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인 '하나원'이다. 지난 1999년 7월에 개원한 하나원은 '개원 11주년'을 맞았다. 국가보안목표 '가'급 시설로 등록된 경기도 안성시 하나원 본원을 8일 찾아가 보았다.
오전 10시 30분에 도착한 하나원은 면적 19,502㎡(5900여평)규모로 본관, 교육관, 생활관 등 짙은 갈색 5개의 건물로 구성됐다. 겉으로 보기에는 기업 연수원과 비슷했다. 750명이 수용 가능한 이곳은 현재 탈북자 3개 기수 총 637명(남성 37명, 여성 471명)이 남한 사회에 대한 교육을 받는 중이었다. 경기도 양주시에 있는 분원은 주로 남성이, 본원은 여성 탈북자들이 교육을 받는다.

개원 11주년 행사가 진행되는 교육관 대강당에 들어서자 파란색과 빨간색티셔츠로 나뉜 탈북여성 300여명이 앉아 있었다. 연령대도 다양했다. 티셔츠의 색깔이 틀린 것은 입소시기에 따른 기수를 구분하기 위한 것이다. 1개 기수는 외부교육으로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들은 방문객들이 낯선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눈인사를 했다.

행사가 시작되자 5분 전까지 중국말을 섞어가며 대화를 나누던 탈북여성들이 정확한 발음으로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낯선 장면이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축사를 통해 "도청에는 탈북자 12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탈북자채용을 늘려갈 것"이라고 말하자 탈북여성들은 반가운 소식이라며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김 도지사도 "남한에서도 이렇게 긴 박수를 받지 못했다"며 "꼭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탈북여성들은 아직 북한식 박수에 익숙한지 아직도 손을 높이 올려 일정한 소리로 박수를 쳤다.

하나둘학교 초등반의 공연이 시작됐다. 하나원내 하나둘학교는 탈북아동들을 위한 학교로 하나원 이수 후 남한학교에 적응하기 위한 교육을 담당한다. 이 아이들은 아무 것도 모른채 부모님 손에 이끌려 남한 땅을 밟았다. 탈북자들을 내 아이의 미래를 지켜주기 위해 탈북한 경우가 많다.

초등반 아이들의 노래가 흘러나오자 여기저기서 탈북여성들이 눈물을 쏟아냈다. 북한에서는 듣지 못했던 내 아이의 희망찬 목소리에 그동안 쌓였던 서러움을 쏟아내는 듯 했다.

탈북자 중 가족동반의 비율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가족동반 탈북비율은 2009년 12%에서 2010년 40%로 높아졌다. 탈북자 교육시설인 하나원 수료자중 19세 이하는 15.5%, 20대는 26.5%, 30대는 33.3%를 차지할 정도다.

지난 1999년 1월에 탈북해 중국에 머물다 올해 2월 입국했다는 탈북여성 박모씨(40세)는 "11살된 딸이 중국학교에 다닐 때는 탈북자라는 신분이 들어날까봐 한 번도 학교에 찾아가지 못했다"며 "딸아이가 한족아이라고 놀림을 받을 때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며 울먹였다.

탈북여성들은 북한체제에 대한 불만도 쏟아냈다. 이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했던 것은 굶주림이다.

2003년에 탈북했다는 장모씨(44세)는 "98년 고난의 행군이 끝날 무렵 우리 가족들은 인간이 먹을 수 없는 것도 먹어봤다"며 "돈을 벌기위해 중국으로 탈북하고 나서야 남편이 굶어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또 "아직 북한에 탈북당시 10살이었던 아들이 있는데 꼭 데리고 오고 싶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황해도에서 교사로 근무하다 2009년 탈북한 장모씨(25세)는 "북한에서 남자들은 직장에 다니고는 있지만 돈은 모두 여자들이 장마당에서 장사를 해 벌어온다"며 "탈북여성이 늘어나는 것도 직장에 다니지 않아 좀 더 자유로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북한체제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장씨(25세)는 "지난해 3월초 부교장이 교원들만 모아놓고 '20대 청년대장 김대장(김정은 지칭)이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며 "당시 부교장이 '김정은 위대성자료'를 나눠줬다"고 설명했다.

A4반장크기의 50페이지에 담긴 위대성 자료에는 150일 전투 외에도 작년 2월 16일(김정일 생일), 4월 15일(김일성 생일), 5월 1일(노동절) 평양 대동강에서 벌어진 축포야회(불꽃놀이)를 김정은이 창조·지도했다는 내용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지지도를 나설 때마다 김정은이 직접 수행해 안전 상태를 살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장씨는 또 "북한에서는 2012년 강성대국 문이 활짝 열린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이를 믿는 북한주민은 30%도 안될 것"이라며 "주민들은 김정은 후계자 선전에 '그만 속았으면..' 하고 수근 거린다"고 설명했다.

오후 2시 40분에 탈북여성 인터뷰를 마친 후 건물 밖을 나오자 하나둘학교 초등반 아이들이 부르던 '하나원 교가'가 문뜩 생각났다.

"자유를 찾아서 여기까지 온 우리 어두움 속에도 별빛 꿈을 꾸었죠. 겨울 강물 녹아 나오는 은어처럼 봄빛 푸른 언덕을 우리 함께 달려가요"

이들은 많은 것을 바라고 남한에 온 것이 아니다. 단지 억압과 굶주림을 벗어나고 싶었을 뿐이다. 이들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남한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통일을 준비하는 준비가 자세가 아닐까.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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