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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지하석유비축기지 숨은 비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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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2005년 10월 착공된 4년 7개월만에 준공된 한국석유공사의 울산석유비축기지가 가동 한 달을 맞이했다. 울산비축기지 준공으로 1980년부터 3차에 걸쳐 추진된 정부의 석유비축계획이 30년만에 마무리됐다. 1980년대 4400만배럴에 불과하던 석유비축규모는 총 1억4600만배럴로 3배 가량 늘어났다.

◆중동발 오일쇼크에 정부 화들짝..비올때 대비 비축하자
석유비축의 역사적 의미를 알려면 시계바늘을 1973년으로 돌려보자. 그해 10월 4차 중동전쟁이 발발하면서 국제석유가격은 순식간에 4배까지 치솟아 배럴당 2달러대에서 11달러대로 폭등했다. 1978년에는 13달러에서 39달러로 오르게 된다. 정부가 추진해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행보에 발목이 잡혔다. 오일쇼크로 아픔을 겪지 말자며 1979년 3월 출범시킨 공기업이 한국석유공사(전신 한국석유개발공사)다. 산유국의 꿈을 대신 이루기 위해 국내외에서 자원탐사 및 생산과 개발, 석유기업 인수합병에 나섰고 또 다른 업무가 석유비축기지다. 정부는 1970년대 1, 2차 석유파동을 겪은 이후 1980년부터 석유공사 주관으로 비축기지 건설을 추진했다. 1차 사업으로 울산 원유지상탱크 등 4개기지가, 2차 사업으로 여수 원유지하비축기지 등 6개 기지가 각각 건설됐다. 3차는 1995년 7월 동해ㆍ서산(비축기지), 여수(지상탱크), 거제ㆍ여수ㆍ평택ㆍ울산(추가비축기지) 등이 추진됐다. 3차 비축계획의 총 사업비는 1조4067억원에 이르며, 연 211만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3차 비축계획 사업에 따라 2005년10월부터 공사에 들어간 울산의 추가비축기지는 여수, 거제 이은 세번째 지하동굴로 총 사업비는 2124억원이 투입됐다.
울산 석유비축기지는 최초라는 세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그중 하나는 1980년대 초 우리나라 최초로 건설된 제저철공장인 지금의 포스코에서 막 생산된 시제 철판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석유비축기지인 울산비축기지 저장탱크가 건설됐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지난 2000년대 초 우리나라 온 국민이 열망해온 산유국의 꿈을 최초로 실현하게 된 동해-1가스전도 또한 이번에 준공된 울산비축기지에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이다. 세번째로는 비축기지 건설을 처음 시작한 자리에서 마지막 비축기지 준공을 하게 된 것.


◆돈없을때 지상비축..지하비축은 건설능력·경제성·친환경성 높아
석유공사는 이미 울주군 온산읍 일대 1500만㎡의 터에 18기의 육상탱크와 1280만배럴의 저장능력을 갖춘 지하 석유비축기지를 운영해왔다. 현재 비축량은 총 저장능력의 86%수준인 1070만배럴. 이들 탱크는 송유관으로 울산 앞바다의 원유운반선과 연결된다. 이번 지하 비축기지의 추가준공으로 울산 석유비축기지의 총 비축능력은 1930만배럴로 늘어났다. 이는 전체 비축규모(1억4600만배럴)의 13.2%에 해당된다.

울산지하비축기지는 야산아래 깊숙이 땅을 파 만든 지하저장시설이다. 10m 높이의 동굴 입구에서 300여m 안쪽으로 들어가면 펌프실이 있다. 펌프실 지하 100m 아래에 거대한 저장시설이 설치돼 있다. 바위를 뚫어 만들어 지진에도 끄떡없다는 저장시설은 높이 16m, 너비 22.5m, 길이가 2km나 되는 초대형 동굴모양을 하고 있으며, 650만배럴의 원유를 저장할 수 있다. 이는 2008년 국내 1일 소비량으로 환산할 경우 사흘분에 해당한다. 펌프실에는 지하에 보관된 원유를 단 이틀 만에 200만배럴 퍼올릴 수 있는 세계 최대의 유중펌프가 설치됐다.
지하건설은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최초 울산 지상탱크가 건설되던 1980년대초에는 우리나라가 지하비축기지를 건설할 만한 기술을 갖지 못했고 언제 불어닥칠지 모르는 석유파동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보다 공사기간이 짧은 지상탱크 건설을 채택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비축기지를 건설한 곳이 거제도였는데 거제기지의 경우는 전적으로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기술자들의 자문을 받아 지하에 비축기지를 건설하게 돈다. 지하에 기지로 건설하면 여러 잇점이 있다. 우선 우리나라처럼 남북이 대치된 상황에서 지하 수십m 암반 속에 기름이 저장돼 당연히 방호측면으로도 안전하다. 지진에도 가장 안전한 저장방식이다. 둘째로 지하기지는 지상부지의 훼손이 거의 없는 친환경 공법이다. 지상의 공간은 다른 용도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셋째로 지상에 있는 탱크처럼 철판 부식방지를 위한 페인트칠과 같은 유지관리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비축기지 건설 국산화 성공...석유公 SK건설 현대건설 등 해외서 진가
석유공사는 지하비축기지건설을 시작한지 10여년이 지난 1997년 비축기지설계를 전담하는 부서를 만들어 그간 핵심기술의 국산화는 물론 산재된 설계기술의 체계화를 위해 설계기준을 제정하고 설계도면의 표준화, 비축기지 건설 절차서구축, 동굴공사비용 산정을 객관화할 수 있는 기준을 국내 기준을 최초로 수입하는 등 수많은 난관을 거쳐 건설됐다. 그 결과 최근 인도와 중국, 베트남 등 동남아로부 러브콜이 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베트남와 정부간 협약에 따라 현재부터 2050년까지의 베트남의 중장기 석유수요예측과 정부비축규모, 위치별 비축유 저장방식 등이 포함된 베트남 정부 에너지마스터플랜을 한국석유공사가 대신 수립해 베트남측에 제공했다. 석유공사에서 비축건설을 익힌 시공사들은 그 기술을 토대로 SK건설이 평택에, GS건설은 이천에 각 각 LPG지하기지를 건설했다. 2000년대 중반 GS건설이 중국에 비축기지를 수주해 공사를 할때 석유공사 기술자 일부가 기술자문을 하기도 했고 최근 SK건설이 인도에서 지하비축기지건설공사를 수주했을 뿐만 아니라 현대건설이 싱가포르 지하기지를 수주하는 등 건설사들 간에는 비축기지 건설기술이 국제건설시장에서 또다른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비축계획을 완료했으나 향후에는 국제공동저장비축을 확대하고 석유 거래를 활성화하는 오일허브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석유공사는 오는 2013년까지 비상시 우선 구매권을 확보하는 방식의 국제공동비축사업으로 원유 비축량을 현재의 3870만 배럴에서 4000만 배럴까지 확대하는 등 국가 에너지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정부와 석유공사, 지자체들은 석유탱크터미널과 석유상품거래소 등의 기능을 갖춘 동북아 오일허브를 구축키로 하고 여수(890만배럴)와 울산(2789만배럴)에 총 2조5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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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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