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중국)=아시아경제 조성훈 기자]18일 중국 상하이 황푸강변 엑스포장 입구. 주차장 초입에서부터 수천여명의 인파가 꼬리를 물고 보안검색대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연실 주차장으로 밀려 들어오는 수십여대의 관광버스는 매번 수백 수천명의 인파를 쏟아낸다.


상하이시 황푸강을 가로지르는 남포대교와 로포대고 사이 강변. 여의도 면적의 3분의 2인 5.28㎢의 방대한 대지위에 건립된 엑스포장은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를 비웃듯 역동적인 중국 경제의 성장성을 과시하고 있었다.

지난 10년간 중국경제의 상징물이 상하이 푸둥지구의 '동팡밍주'(東方明珠)였다면 향후 10년의 아이콘은 엑스포장내 '동방의 왕관'으로 묘사되는 중국관이 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조성에만 약 286억 위안(우리돈 4조 7000억원)이 투입되었으며 전세계 231개국이 참가하는 문화올림픽 상하이 엑스포. 지난 5월 1일 개장한 이래 18일째를 맞아 열기를 더하고 있었다.

기자가 엑스포현장을 찾은 18일은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그러나 몰려드는 인파는 가랑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기세였다.



강건너 푸동지역에는 본부건물인 엑스포센터를 중심으로 마치 UFO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엑스포컬처센터와 최고 높이의 중국관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가장 서쪽 미국관을 시작으로 남미와 유럽 각국 국가관과 중동아프리카, 그리고 한국관을 거쳐 가장 동쪽 일본관까지 늘어선 국가관들은 마치 작은 도시의 다운타운을 연상케한다.


페리보트를 통해 강건너 푸시지역으로 넘어가면 일부 국가의 산업관과 기업전용관, 테마관들이 자리하고 있다.


마치 디즈니랜드를 방문한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모든 국가관을 다 보려면 3박 4일쯤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주최측 관계자는 "제대로 보려면 10일이 넘게 걸린다"고 말해 기자를 머쓱하게 했다.


엑스포의 압권은 역시 주최측 중국관이다. 박람회장 A구역내 중국관은 고대 목조건축 양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으며 붉은색 역사다리꼴로 만들어졌다. '동방의 왕관'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높이 69m, 폭 140m에 달하는 국가관중 최대 규모다. 유일하게 고도제한을 적용받지 않은 탓에 중국관은 엑스포장 양끝에서 모두 볼 수 있 을 정도다.



자국 국가관인 만큼 중국인들의 관람행렬이 그야말로 장사진을 이뤘다. 건물을 둘러싼 긴 대기행렬이 우선 눈에 띄는데 행사 관계자는 "관내 진입하려면 길게는 6시간까지 줄을 서야한다"고 전했다. 과장인지 알수는 없으나 수백미터까지 길게 늘어선 행렬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빠듯한 일정을 쪼개야했던 기자 역시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중국관 인근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한다는 20대 청년 쯔쉐이씨는 "엑스포를 개최하게되어 자랑스러우며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이 중국을 알게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엑스포는 인류문명의 보고를 집대성하고 미래비전을 제시하는 문화올림픽이다.
만국박람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세계 각국은 자국의 문화와 예술 그리고 산업을 알리기 위해 분주하다. 독특한 국가관의 외양과 형형색색의 장식물, 밤을 수놓는 화려한 조명을 보는 것만으로도 엑스포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


영국관은 건물외벽에 사방으로 뻗은 촉수가 바닷속 말미잘처럼 바람에 흔들리며 환상적인 경관을 연출했다. 문화강국으로서 콧대높은 프랑스는 망으로 둘러싸인 건물아래 시냇물이 흐르는 정원을 형상화하며 감성적 도시의 이미지를 그려냈다.



한국관도 인기다. 재미작가 강익중씨가 디자인한 한국관은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형상화한 건물외벽이 눈길을 잡아끈다. 내부에는 우리 5000년 역사의 발자취와 문화를 알리는 코너들과 함께 터치스크린과 3DTV 등 IT기술을 활용한 전시물들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한류에 대한 관심이 커서인지 길게 늘어선 관람객들의 대기행렬을 바라보면서 묘한 흥분이 일기도 했다.


한국관에서 남쪽으로 100미터 가량 떨어진 북한관도 빼놓을 수 없었다. 우방인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엑스포 사상 처음 참가했다는 북한은 여전히 가장 가깝지만 가장 먼 나라다. 천안함 사태로 남북긴장이 고조되는 탓에 긴장감이 엄습해왔다.



큼직한 인공기로 장식된 작은 건물로 진입하자 대동강변 주체사상탑 모형과 '인민을 위한 천국(Paradise for People)'이라는 간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가운데 분수대를 중심으로 큼직한 정자와 동굴모양 고구려 벽화 전시물외에는 볼거리가 없었다. 한쪽 벽면 모니터가 쏟아내는 '행복해하는' 인민의 모습이 묘한 역설을 이뤘다.



매장에서 우표와 화보 등 기념품을 팔며 '외화벌이'에 나서던 북측 관계자들은 가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경직된 표정을 지었다. 북한관 어디에서고 북측이 그토록 부르짖던 강성대국의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이번 엑스포는 세계 최강국을 향해 질주하는 중국인들의 자부심에 불을 지피고 화합을 이루는 촉매제가 될게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다.


수 만명에 이르는 참관객들은 하나의 국가관이라도 더 방문하기위해 긴 대기행렬을 견디고 있었다. 중국 최초의 박람회인 만큼 참석자들의 열의는 뜨거웠지만 지나치게 긴 입장행렬이 고생길처럼 비춰지기도 했다.


중국당국은 오는 10월말까지 엑스포 총 관람객을 7000만명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방문객이 기대만큼 늘지 않자 총동원령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실제 기자가 방문한 18일째에야 방문객이 300만명을 돌파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버스로 쏟아져 들어오는 관광객들 대부분은 한눈에 보기에도 시골에서 올라온 중국 현지인들이었다. 엑스포는 국내용 행사가 아닐 진데 각국가관 관계자를 제외한 외국인 관람객들은 매우 드물었다.


경제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시민의식 수준도 눈에 띈다. 피곤에 찌든 중국인 관람객들은 엑스포장 여기저기서 마음대로 몸을 누이고 기대었다.


관람을 위해선 불가피하기 줄을 서야하기 때문에 그나마 이번 엑스포가 중국인들의 문화의식과 함께 질서의식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엑스포장을 한걸음만 벗어나면 신호를 무시하며 곡예운전을 하기 일쑤인 차량들과 대로를 거침없이 횡단하는 보행자 행렬이 뒤섞여 어지럽다. 중국정부의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시내 중심가 난징대로에서는 여전히 짝퉁제품 판매를 노린 호객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AD

세계 초강대국으로 도약하려는 중국에게 있어 이번 엑스포는 경제발전에 걸맞은 시민 의식의 성장이라는 과제도 함께 안긴 셈이다.

[아시아경제 증권방송] - 무료로 종목 상담 받아보세요


상하이=조성훈 기자 search@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