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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DNA]조홍제 회장의 인재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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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마지막 외출도 동양공전 졸업식
섬유.화학 등 이공계 우대...최고 경영자 발탁도
50년 고향에 장학회 설립 '교육은 장기농사' 신념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기업인으로서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사람을 일하게 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나는 행복한 기업인이다."
만우(晩愚) 조홍제 회장은 항상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업 활동을 하는데 있어 인재 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게 그의 신조였다. 특히 이공계 인력을 우대했다. 만우 본인은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기술 없이 기업이 유지될 수 없다는 지론을 폈다.

실제로 효성에는 사업 초기부터 섬유와 화학을 전공한 관리자들이 즐비했다. 만우는 이들에게 다양한 경영 수업 기회를 부여했고 최고경영자로 발탁하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배기은 전 효성 부회장, 송재달 전 동양나이론 부회장, 안태완 초대 연구소장 등이 만우와 함께 성장한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특히 배기은 현 화진인더스트리 회장은 삼성 시절부터 만우와 함께 일하는 등 오랜 세월을 같이 했다. 그만큼 신임을 받았고 의중을 잘 파악했다.
효성이 사업 초기 기획부를 중심으로 각종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 만우는 배기은 당시 과장에게 많은 부분을 믿고 맡겼다. 이 때문에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동양나이론 공장장까지 역임할 수 있었다.

인재를 관리하는 것 뿐 아니라 쓸만한 인재를 기르는 데도 만우는 심혈을 기울였다. 대학 시절에는 후학을 양성하는 일에 관심을 보였고 해방 후에는 고교시절 은사였던 인촌 김성수를 찾아가 육영 사업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만우는 1950년대부터 고향인 경남 함안에 장학회를 조직해 후학들을 뒷바라지했다. 이후 1959년 배명학원 이사장을 맡았으며 1976년에는 재정난에 빠진 동양학원을 인수해 이사장에 취임하기도 했다.

조석래 회장은 부친이 교육에 상당한 가치를 부여했다고 회고했다. 특히 배명학원 이사장을 맡았던 점을 높이 평가했다.

1960년대 후반 배명학원이 신당동에 교사를 신축할 당시 만우는 공사비 전액을 부담했는데, 그 과정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 때는 동양나이론 공장 건설이 한창 진행될 때였다. 보유 자금은 물론이고 해외에서 차관까지 들여올 정도로 신규 공장에 심혈을 기울였다. 게다가 만우는 혹시 모를 공장 가동 차질을 대비해 서울 한복판 금싸라기 땅을 팔았다.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에서 배명학원의 건물 신축 비용을 대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의 후학 양성 방식은 직접 가르치기 보다는 후원하는 쪽이었다. 동양학원 이사장 취임 직후 공업고등학교, 공업전문대학에 실험 및 실습기기를 기증하는 등 학원의 면모를 일신했다. 그럼에도 오직 참교육을 실천해달라는 당부 외에 일절 교육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말년이 다가올수록 만우의 교육에 대한 애착은 더욱 컸다. 만우는 교육을 '장기 농사'로 간주했었는데, 그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을 안타깝게 여겼다.

1983년 2월 만우는 휠체어에 의지한 채 동양공전 졸업식에 참석했다. 세상을 떠나기 일년 전 그의 마지막 외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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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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