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정원 국제전문기자]미국의 존 머사 하원의원(사진)이 8일(현지시간) 숨졌다. 향년 77세로 19선 의원이다. 무려 36년 동안 하원 의석을 지킨 의회 최고참 가운데 한 명이었다.


만만치 않은 세월 동안 열아홉 번에 걸친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려면 보통 수완이어서는 곤란하다.

머사 의원은 '국방통'으로 알려졌다. 해병대 출신으로 베트남전에도 참전했다. 실제로 하원 국방위 세출소위원장을 지내며 안보 분야의 맏형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조지 부시 정부 때 민주당 소속 머사 의원은 이라크 전쟁 반대 여론의 전면에 섰다. 미군의 철수를 주장하고 공화당 극우파 네오콘의 기수 로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사퇴 결의안 제출도 그가 주도했다.

언뜻 진보 진영의 거목이자 타협을 거부하는 평화주의자로 보인다. 사실 그의 업적은 의정 생활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그러나 머사 의원의 정치 행로를 한 꺼풀 벗겨 보면 노회한 정치가의 교묘한 행적이 엿보인다.


머사 의원은 한 마디로 '예산 따내기의 달인'이었다. 자신과 관련된 각종 프로젝트와 법안 처리를 위해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정부 자금을 받아내고야 말았다.


시민 감시단체인 CAGW가 작성한 연례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만 50건의 각종 프로그램을 명분으로 1억3200만 달러를 책정 받았다.


지난 2008년에도 73건에 걸쳐 1억5900만 달러를 따냈고 그 전해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만한 실적이 쉽게 이뤄질리 만무하다. 온갖 의혹이 그를 둘러싸고 심심치 않게 제기됐다.


포브스 지의 브라이언 윙필드 워싱턴지국장은 민간 감시단체 사이에서 그가 '부패'라는 별명으로 불린다고 전했다. 사실 그는 미 군수업체로부터 가장 많은 정치후원금을 받는 세 명의 정치인 중 한 명이었다.


한 민간연구소의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2008년 선거에서 그보다 군수업계 후원금을 더 모은 정치인은 리처드 셀비 상원의원과 하원 군사위원장 아이크 스켈튼 의원뿐이었다.


지난 1989년 이후 머사 의원이 군수업계에서 모은 후원금은 공식적으로 120만 달러다. 그의 후원자 리스트에는 제너럴 다이내믹, 노스롭 그루먼, 보잉, 록히드, 레이시온 등 미국의 내로라하는 군수업체는 물론 영국의 다국적 군수회사 BAE 시스템스까지 망라돼 있다.


수십 년의 정치 역정 내내 머사 의원은 국방통으로 군림하며 이들 군수업체와 밀접한 내연 관계를 유지한 셈이다.


이라크 전쟁 반대를 목청껏 반대하던 그의 모습을 보고 군수업체의 친구들은 웃었을까 아니면 화를 냈을까.


얼마 전 머사 의원은 로비 회사인 PMA그룹과 부적절한 관계 때문에 찬란한 정치 인생에 오점을 묻혔다. PMA는 1989년 이후 꾸준히 머사 의원을 지원해 왔다.


그런데 머사 의원이 무려 1억3700만 달러 상당의 연방정부 입찰을 PMA의 고객 기업이 따내도록 도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의회 윤리위원회는 지난해 머사 의원의 위법 사실을 조사했지만 얼마 못 가 중단했다. 아무리 미국이라도 한 세대를 훌쩍 넘도록 권력 핵심부의 은밀한 밀실을 차지한 '늙은 여우'를 잡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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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원 국제전문기자 jw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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