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중국판 그림자 금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중국 규제당국이 소리 없이 집안 단속에 나섰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은행감독위원회(CBRC)가 은행 대출 채권을 신탁회사로 넘겨 재무건전성을 포장하는 대차대조표 '위장술'에 경종을 울렸다고 보도했다.


중국 은행권에서 이 같은 위장술이 본격적으로 성행하기 시작한 것은 금융권에 대한 자본확충 압박이 거셌던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중국 정부가 부실 채권 증가를 우려하며 은행들에 자본확충의 압박을 넣자 은행들이 이를 회피하기 위해 금융위기 전 월가에서 성행했던 ‘대차대조표 포장술’을 모방한 것.

원리는 이렇다. 은행이 보유 중인 대출채권을 신탁회사에 매각하면서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이를 다시 되사들이겠다는 조건을 내건다. 여기에는 은행들이 부실여신을 일시적으로 감춰 재무건전성이 좋은 것처럼 포장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신탁회사가 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동안, 이는 은행의 대차대조표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을 노린 것이다.


컨설팅업체인 상하이 베네피트 인베스트먼트(SBI)는 지난해 은행과 신탁회사 사이에 이런 형태로 이뤄진 거래가 총 7340억 위안(1075억30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했다. 특히 중국정부가 본격적으로 자본확충 압력을 넣기 시작했던 하반기에 거래의 80%가 집중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을 초래한 금융업계 행태가 중국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는데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중국 규제당국은 단속에 나섰다. 한 중국 은행의 리스크 담당 임원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2월24일 CBRC가 편법적 채권인수 계약을 금지하는 내용의 경고장을 비공개적으로 은행에 보냈다”고 전했다.


CBRC가 은행과 신탁회사 간 모든 거래를 위장술로 분류하고 금지시킨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거래를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SBI에 따르면 이번 달 들어 체결된 은행과 신탁회사 간 거래는 7건에 불과해 지난 달 465건에서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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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전문가들은 편법적 채권 인수 계약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자본확충 압력과 더불어 중국 금융권의 대출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 신규대출이 7조~8조 위안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 이는 지난해 9조5000억 달러에는 못 미치지만 평년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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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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