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빠른 경기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는 이머징 국가들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 나섰다. 지난해와 올해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동원했던 초저금리 정책과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자산 버블 리스크를 초래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선 것.


일부 국가에서는 정부의 과격한 인플레이션 규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그만큼 인플레이션 문제는 이머징 국가들에게 ‘발 등에 떨어진 불’이라고 할 수 있다.

◆ 베트남, 수입제품 가격 정부 통제 =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28%까지 치솟는 ‘초 인플레’의 악몽의 경험한 베트남 정부는 최근 나타나고 있는 물가상승세를 결코 가볍게 보지 않는다. 직접 물가를 규제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부 경제정책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까지 막고 있어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논란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 초부터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실시해 왔는데, 그 결과 수입이 증가하고 민간차입이 급증하면서 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 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4.3%로 3분기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베트남의 인플레가 내년 2월까지 가속화돼 두 자릿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정부의 과격한 물가안정책이 장기적으로 베트남 경제에 득보다 실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정부가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차단하고, 정책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블로거들을 구금하는 일이 발생했다. 베트남 정부는 인플레와 통화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규제의 고삐를 더욱 조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민간 및 외국계 기업들에 가격 구조를 정부에 보고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규제안이 실행되면 정부가 민간 제품을 비롯해 비료, 우유, 유류 등 수입제품의 가격을 통제할 수 있다.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국 상공회의소 국제담당 선임부회장은 지난 15일 베트남 고위 정부 관계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베트남 정부의 계획이 베트남 내 해외투자를 끌어들이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중국, 부동산 규제 강화 = 자산버블에 대한 우려가 끊이질 않고 있는 중국은 최근 부동산 버블 규제에 시동을 걸었다. 금융권 대출 규제로 통화 공급 속도를 낮춤과 동시에 투기적 부동산 거래를 규제, 인플레 리스크를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일간지 베이징 비즈니스 투데이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2주택 이상 구매자를 대상으로 초기 계약금을 시가의 40%에서 50%로 상향 조정했다. 앞서 토지거래 시 50%의 계약금을 지급하도록 한 데 이어 규제 영역을 주택시장으로 확대한 것.


또 중국 정부는 최근 빈민가나 국영 기업의 공장부지, 광산 등을 재개발해 낮은 가격의 공공주택을 공급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아울러 양도세 면제를 위한 최소 주택 보유기한도 2년에서 5년으로 늘려 투기성 주택 거래를 줄여나가기로 했다.


한편, 지난 달 말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부동산 투기는 반드시 억제돼야 한다”며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이룰 것을 다짐했다. 11월 중국 70대 주요도시 부동산가격은 16개월래 가장 높은 전년동기 대비 5.7%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상하이 증시의 부동산지수는 올들어 97% 오른 상태다.


◆ 인도&브라질, 중앙은행 물가 전쟁 선포 = 그밖의 이머징 국가들의 물가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12월5일 마감된 한 주 동안 인도의 도매 식품 가격은 전년동기 대비 19.95% 상승, 11년래 가장 가파른 오름세를 기록했다. 40년래 최악이라는 ‘비 없는 몬순’ 탓에 공급부족이 야기된 탓도 컸다.


인플레 신호가 명확해지면서 기준금리 인상 압력도 거세지고 있다. 이미 아시아 국가 가운데 호주와 베트남은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노무라 홀딩스는 “성장세가 미약할 때에는 인플레 신호를 무시할 수 있지만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상승세를 보일 경우에는 정책적인 조치가 반드시 취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는 3분기 1년 반 만에 가장 높은 7.9%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인도 중앙은행 측은 지난 주 “물가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방안을 강구 하겠다”며 “금리를 올리거나 유동성 공급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는 이미 지난 10월 은행권 법정 유동성 비율(SLR)을 24%에서 25%로 상향하며 출구전략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빠른 경제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는 브라질에서도 인플레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브라질의 4분기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브라질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0%에서 내년 5.8%로 뛸 전망이다. 인플레이션도 덩달아 상승곡선을 그려 올해 4.3%에서 내년 4.6%로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AD

현재 브라질의 기준금리는 8.75%.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이 내년 말까지 금리를 10.75%로 상향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브라질 중앙은행의 마리오 메스퀴타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22일 브라질의 인플레 리크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뒤늦게 대책을 세우는 것보다 물가를 선제적으로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브라질은 최근 외국인의 브라질 주식·채권 취득에 거래세를 매기는 등의 방법으로 투기성 자금을 차단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