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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한국에 온 이유]⑩안양서 그녀 모르면 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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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소정 기자] 경기도 안양에서 그녀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유명인사인 이레샤(35·여)씨. 항상 유쾌한 웃음이 얼굴에서 떠나지 않는 그녀는 2002년 한국에 왔다. 졸업하지는 못했지만 콜롬보 대학에서 의상 디자인을 전공한 그녀는 의류 바이어로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인도를 거쳤다.

일이 마무리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던 이레샤씨는 지금의 시어머니 집에서 6개월간 월세를 살았다. 뭐든 열심이고 항상 밝은 그녀가 맘에 든 월세 집 주인은 자신의 첫째 아들을 소개해줬다. 처음 만남은 매우 어색했지만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을 가진 남편은 활발하고 낙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이레샤씨에게 반해 운명의 상대라고 느꼈고 결혼까지 하게 됐다.
이레샤씨는 전혀 몰랐던 한국말을 일하면서 라디오를 듣거나 한국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배웠다. "노래를 좋아해서 한국 노래를 들었고 라디오를 습관적으로 청취하다보니 자연스레 한국어가 친숙해졌다. 지금 한국 사람과 의사소통에 있어서 많은 문제는 없지만 아직도 한국어 공부가 매우 부족하다"며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이 좀 더 다양해지고 심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그녀는 '안양 아시아창'이라는 곳에서 이주 노동자들과의 상담도 하고 다문화 가정에 대한 강의도 하고 있다. 외국인 이민자들을 위해 물방울 나눔회라는 단체에 부회장 자리를 맡고 있으면서 아직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하는 친구들을 위해 통역가도 하고 최근에는 연극활동까지 하고 있어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집안일을 할 틈이 없는 이레샤씨는 며칠 전 남편이 냉장고를 열며 "김치도 없네"라는 혼잣말을 하더니 "다음 날 말없이 배추와 김장 재료를 사와 깜짝 놀랐다"며 남편과 함께 김장을 하면서 무뚝뚝해 말로 표현은 잘 안하지만 항상 마음 깊이 그녀를 배려해주고 생각해주는 남편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했다.

항상 밝은 이레샤씨도 힘들었던 때가 있었다. 몇 달전 남편이 일하던 중 다쳐 병원에 입원했다는 전화를 받고 정신없이 병원을 찾았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녀는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매일 매일을 걱정으로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는 이레샤씨를 보며 첫째 태현(8)이가 "엄마, 이런 날이 지나면 곧 또 좋은날이 올 테니까 너무 걱정마세요"라고 그녀를 위로해줬다고 했다. 사랑 하나로 한국에 정착하게 된 이레샤씨는 이제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있기에,, 그녀를 사랑해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더욱 밝게 살아갈 수 있다.

"사랑을 믿고 사랑을 위해 한국에 살게 됐지만, 이제는 두 아이의 엄마로 다문화 가족의 아이들이 한국인들과 함께 잘 어울려 더욱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그날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사랑받는 아내이자 며느리, 그리고 이주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모두에게 사랑 받는 한국인이 되고 싶은 그녀는 오늘도 바쁘게 움직인다.

문소정 기자 moon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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