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 실패를 통해 배우기에는 상처가 깊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각국은 심한 몸살을 앓았고,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금융위기를 촉발한 미국이나 국가 채무불이행 상황까지 간 일부 유럽국가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우리도 그 여파를 피할 수 없었다. 외국의 선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는 이런 실패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는 이미 예견됐고 일부 전문가들은 다가올 금융위기를 경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리스크관리에 정평이 나있는 미국 투자은행들이 언제 폭락할지 모르는 서브프라임모기지 관련 상품을 대량으로 취급한 이유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게 된다. 무엇이 그들을 유혹해 수십 년 동안 쌓아온 그들의 명성과 자산을 위태롭게 만들었을까.
2000년 들어 미국은 중앙은행 주도하에 저금리 기조를 유지했고, 미국 국민들은 금융기관으로부터 저리로 대출받아 주택마련에 나섰다. 투자은행들은 그 대출채권들을 모아 새로운 증권을 발행해 판매했고, 기판매된 모기지대출상품을 대상으로 다시 또 다른 파생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기를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신용평가회사들은 모기지대출상품이나 파생상품에 대해 실제 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부여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고액 연봉을 받는 고급두뇌들의 산실인 신용평가회사가 어떤 경위로 그와 같은 상품에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사먹을 수 있는 '품'마크를 찍었을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었느냐 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신용평가회사의 평가시스템에 일부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 작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ㆍEUㆍ일본 등 세계 주요국들은 신용평가회사에 대한 감독 강화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올해 들어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는 신용평가회사 관련 규정을 개정한데 이어 최근에는 신용평가회사에 대한 이해상충 방지 및 공시 강화 등을 위한 일련의 제도 개선방안을 승인했고, 이에 앞서 미 재무부는 오바마 행정부의 야심찬 금융개혁법안에 신용평가회사 개혁안을 포함시켰다. 또한 EU내 국가들도 부실 신용평가의 폐해를 공동 인식하고 'EU 신용평가회사 규제법'을 제정했으며, 일본의 경우에도 신용평가회사에 대한 규제를 '금융상품거래법'에 포함시키면서 신용평가회사 등록 의무화, 이해상충 방지체계 구축과 신용평가실적 공시 등의 제도를 마련했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신용평가회사에 대해 내부통제기준 마련을 의무화했고, 최근에는 신용평가회사와 그 임직원들이 준수해야 할 '신용평가회사 표준내부통제기준'을 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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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일련의 법규 정비를 통해 증권을 발행하는 회사가 좀 더 높은 신용등급을 받기 위해 신용평가회사와 협상하는 이른바 '등급쇼핑(rating shopping)' 문제와 신용평가회사가 컨설팅 등 용역을 수행했던 평가대상 회사와의 '이해상충' 문제를 최소화했다. 또한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 된 구조화금융상품에 대해 신용평가를 하는 경우 신용평가의 한계, 특성, 제한된 데이터의 내용과 이용가능한 정보가 충분한지 여부를 명확히 하도록 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이슈화된 신용평가 문제를 해결하는 장치를 마련해 공정하고 투명한 신용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은 고쳐놓아야 한다. 최근의 경제지표들은 위기를 벗어나 회복을 나타내는 수치를 보이고 있지만 금융위기라는 쓰나미가 지나간 자리가 아물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자본시장의 중요한 인프라인 신용평가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노력이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위기를 차단할 수 있는 튼튼한 방파제의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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