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영국 정부가 금융권을 구조조정하기 위한 개혁의 칼을 빼어 들었다. 구제금융을 지원한 은행들의 소매은행 부문을 매각해 별도의 은행을 설립, 금융권 재건을 이뤄 내겠다는 복안이다. 업계는 대출증대와 자본확충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영국 정부의 계획이 현실화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 목적은? =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영국 정부는 금융권 개혁을 통해 은행권 자본 확충과 대출 증대를 동시에 이루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문제는 이 두 가지가 양립되기 힘들다는 점. 정부 계획에 따르면 은행들은 미래의 악성채무에 대비해 자본을 확충하고, 잠재적인 부도위기에 대비해 유동자산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이는 중소기업 및 가계에 대한 대출을 늘리라는 재무부의 요구와 동시에 실현되기 힘들다는 것이 은행권의 주장이다.


머빈 킹 영란은행(BOE) 총재와 아데어 터너 재정청장은 개혁안에서 무엇보다도 은행들의 ‘안정성’이 가장 중시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킹 총재는 은행들을 쪼개 리스크가 적은 소형은행을 만들 것이라고 했고, 터너 청장은 리스크가 높은 벤처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위험 자산을 털어낸다는 것을 전제로 이들의 자본 확충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어떻게? = 영국 금융권 개혁의 보다 구체적인 복안은 알리스테어 달링 재무장관의 입에서 나왔다. 1일(현지시간) BBC방송의 ‘폴리틱스 쇼’에 출연한 달링 장관은 구제금융을 지원한 3대 은행의 소매은행 부문을 매각, 별도의 대형 상업은행들을 설립해 업계 경쟁구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영국 정부는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지분 70%, 로이즈뱅킹그룹의 지분을 43% 보유하고 있다. 또 노던록 은행은 100% 국유화한 상태다.


달링 장관은 “신규 소매은행들을 시장에 진입시켜 경쟁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은행 시스템을 개편하고자 한다”며 “앞으로 몇 년대로 3개의 신규 은행이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영국정부가 3~4년의 기한을 잡고 노던록 은행의 일부 자산을 매각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HSBC나 바클레이스 등의 참여는 배제될 전망이다. 이들 대형 업체들이 지나치게 몸집을 불려 ‘대마불사(大馬不死)’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다.


한편 선데이 텔레그라프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새로 탄생하는 3개 은행들의 이름이 더TSB, 윌리엄스&글린스, 뱅코로 정해졌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윌리엄스&그린스는 RBS, 뱅코는 노던록 은행의 자산으로 이뤄질 전망인 것으로 알려졌다.

AD

◆ 그 다음은? = 신규 은행들은 3대 은행들의 가장 수익성 높은 사업부를 기반으로 탄생한다. 신규은행들은 대출에 쓸 수 있는 자본을 확보하고 있겠지만 유동성 공급에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으리라 장담할 순 없다. 또 HSBC 등 대형은행들이 인수전에서 배제된 상황에서 누가 선뜻 나설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가디언지는 이날 영국 경제가 결국 1990년대 일본식 ‘좀비 경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시 일본정부는 자산버블 폭락 이후 은행들의 숨통을 붙들어 놓기 위해 국가 수입의 180%에 달하는 부채를 졌다. 결국 은행들은 실질적으로는 망했지만 정부의 엄청난 부채를 기반으로 연명해 나가는 구조가 생겨나게 됐다는 것이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