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회장이 보유한 7개 동부그룹 계열사의 주식평가액(10월 19일 종가기준)은 4074억원. 여기에 김 회장의 장남 남호씨의 지분평가액(4656억원)까지 합치면 8730억원에 이른다. 동부생명 등 비상장 계열사 지분까지 감안하면 1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론상으로는 이들 지분 가운데 3분의 1가량만 처분하면 동부메탈 지분 50% 인수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동부그룹의 지배구조상 곳곳에서 '뼈대' 역할을 하는 계열사 지분을 대거 매각할 경우, 향후 지배기반과 후계구도에 문제될 수 있다는 점이 관건이다. 동부그룹 제조업계열의 지배구조의 허리 역할을 하는 동부CNI나 동부정밀, 사실상 그룹의 금융지주회사격인 동부화재 지분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실제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은 동부화재 지분이다. 김 회장의 동부화재 지분(12.10%) 평가액은 3213억으로 개인평가액의 79%에 이른다. 특히 김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전량 매각하더라도 자사주(11.85%)가 뒤를 받쳐주고 있어, 전체적인 대주주 지분율은 종전과 큰 차이가 없다.
이때문에 김 회장 부자가 지분을 처분해 자금을 조달한다면, 이 돈으로 동부메탈 지분을 매입한 뒤 다시 메탈 지분을 담보로 잡히는 일종의 '담보 스왑' 방식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향후 동부메탈 상장시 김 회장의 지분 및 담보가치도 수직 상승한다. 다만 이러한 방법은 채권단으로부터 담보조정 동의를 받아야한다. 또한 동부화재가 동부증권·생명 등 금융계열사를 아우르는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기업분할이나 경영권분쟁 등을 감안해 우호적 투자자에 매각해야한다는 것도 관건이다. 김 회장이 동부메탈 인수를 통해 채권단과 약정한 자구계획을 이행하는 시기는 연말까지이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매각이 여의치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태경 현대증권 연구원은 "대부분 담보로 제공돼 있어 단순 매각은 어렵고, 동부메탈 주식과 교환하는 형태가 돼야할 것"이라며 "담보 조정과 상장 두 가지 작업에 시간이 소요돼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추이를 지켜봐도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동부그룹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연말까지 신디케이트론 연장과 관련한 자구계획을 이행해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지 않다"며 "다만 김준기 회장이 사채 출연까지 언급한 만큼 구체적인 계획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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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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