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임철영 기자, 공수민 기자, 임선태 기자, 이윤재 기자, 조민서 기자, 김은별 기자, 양재필 기자, 이창환 기자] 올해 추석연휴는 단 3일. 짧지만 설렘이 가득한 기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친인척들과 오랜만에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일년중 몇 번 안 되는 날이다.


하지만 추석 한 켠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내는 추석과는 사뭇 다른 모습도 존재한다.

◆추석특수 "최고의 호황"


명절만 되면 특수를 맞는 업종이 바로 먼 거리를 운전하는 운전자들의 벗 '트로트 메들 리'를 파는 이동식 상점이 바로 그것. '고속도로 테이프'라고도 불린다.

이번 추석연휴는 단 3일. 회사에 따라 4일에서 5일까지 쉬는 경우도 있으나 고향을 왔다갔다하면 이틀은 도로위에서 보내야 한다. 주차장이 된 도로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보면 졸음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이럴 때 잠을 쫓아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고속 도로 테이프'다. 그래서 명절 때면 단연 판매량이 대폭 증가한다.


경기도 하남시 소재 만남의 광장에서 '트로트 메들리'를 파는 김영옥씨(46 동작구)는 추석 일주일 전부터 음반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분주하게 뛰어다녔단다.


그녀는 "평소 보다 명절에 판매하는 테이프가 5배는 많다"며 "그래서 미리 물건을 갖고 있지 않으면 팔고 싶어도 팔수가 없어서 일주일 전부터 뛰어다녔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이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한 달 전부터 준비를 했어야 했는데 너무 늦었다"고 덧붙였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평소에 팔리는 '트로트 메들리'음반은 하루에 20여개 남짓. 명절 때만 되면 하루에 100개는 우습단다. 새벽까지 길이 막히면 판매량은 더욱 증가한다.


김씨는 "가장 많이 팔았을 때가 250개 정도였는데 그것도 부족했다"며 "이번 추석에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번 추석길은 운전자들에게 많이 힘들 전망이다. 하지만 짧은 추석연휴 고속도로 한 켠에 '특수'를 맞아 환하게 웃는 이들도 있었다.


◆추석에도 "나는 일한다"

타워크레인 기사 방성진씨(48 구로동). 결혼 후 25년 동안 단 3번의 추석을 집에서 보냈다. 이번 추석도 지상 40여 미터 위에서 추석을 보내게 됐다.


방씨는 "겨울이 오면 공사를 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에 가을이 가기 전에 바짝 일해야 해"라며 "명절이라고 특별히 쉬어 본 기억이 없으니 이제는 가족들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라고 말했다.


그에게 건설경기가 회복은 돈을 벌수 있는 기회기도 하지만 꼼짝없이 수개월을 공중에서 보내야 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벌써 7개월째다. 회사에서 10월말까지 공정률을 맞추라고 지시해 추석이 턱밑까지 왔음에도 일하는 시간은 배로 늘었다.


그는 올해 봄에 올라갔는데 벌써 추석이 왔다며 높아진 가을 하늘을 한동안 바라봤다.
휴식시간이 끝났다. 크레인 위에서는 땅만 쳐다보는데 내려오니 하늘을 보게 된다고 말하며 돌아선 그의 뒷모습이 몹시도 쓸쓸해 보였다.


◆짧은 추석 연휴 "반갑다"


주말까지 낀 짧은 연휴에 직장인들과 대학생들의 한 숨 소리가 이어진다. 그러나 지난 2월 대학을 졸업한 후 취업을 준비 중인 이건우씨(27 신길동)에게는 짧은 연휴가 오히려 반갑다. 친척들을 만나면 근황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짧은 연휴를 핑계로 고향에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저번 설 연휴에도 취업 때문에 어른들의 잔소리에 시달렸었는데 이젠 졸업까지 했으니 오죽하겠어요?"


친척 어른들을 만나면 가장 먼저 취업은 했냐고 물어올 것이 뻔하다는 것. 더군다나 취업준비생은 추석 연휴에도 쉴 수 없다. 본격적인 하반기 취업 시즌이 찾아오면서 연휴기간이나 연휴 직후에 지원이 마감되는 기업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AD

그는 "연휴동안 자기소개서 대 여섯개는 써야 되요"라며 "요즘엔 경쟁률이 워낙 높은데다 다들 스펙은 어찌나 좋은지 자기소개서에 공들이지 않으면 면접 기회 한번 갖기도 어려워요" 라며 한숨을 쉬었다.


내년 설 연휴에는 양 손 가득 선물을 들고 고향에 갔으면 좋겠다는 그에게서 추석을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엿볼 수 있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공수민 기자 hyunhj@asiae.co.kr
임선태 기자 neojwalker@asiae.co.kr
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양재필 기자 ryanfeel@asiae.co.kr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