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금융시장을 폭풍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던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꼭 1년이 지났다. 세계 각국이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을 쏟아 부은 덕분에 최근 발표되는 경제지표마다 글로벌 경제의 회생을 알리는 청신호가 발견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경기 회복은 잠시 숨을 돌린 것에 불과하다. 금융 위기의 종료를 자신 있게 외치기에는 남겨진 과제가 여전히 산더미다. 금융위기의 뇌관이 된 상업용 모기지 부실부터 최근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는 출구전략까지 앞으로 닥칠 위험 요인들을 짚어 본다.
◆상업용 모기지 문제 해결 급선무
미국의 고용 및 부동산 시장 지표가 일부 개선되고 있지만 금융 위기의 단초 역할을 했던 상업용 모기지에 대한 경고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상업용 모기지 시장의 상황이 금융위기 이전보다 앞으로가 더욱 악화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전문업체들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거래는 20년 만에 최저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이며, 2분기 2.88%를 기록했던 상업용 부동산 모기지 디폴트율은 연말까지 4.1%까지 치솟아 16년만의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이에 따른 연쇄 작용으로 모기지 관련업체들의 파산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현재까지 캘리포니아의 최대 부동산업체 맥과이어가 과도한 부채로 파산 위기에 몰렸고, 미국 12위 모기지 업체인 테일러 빈도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라 파산보호 신청 초읽기에 들어갔다.
또 상업용 모기지 문제가 터질 경우, 아직 대출금도 다 갚지 못한 상업용 부동산의 압류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 역시 이러한 상황을 우려해 상업용 부동산의 디폴트와 압류 증가를 멈추기 위한 지침 마련에 고심 중이다.
모건스탠리의 콤 켈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부실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이미 여러 번 조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 콜럼비아대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 역시 “상업 부동산 부실이 심각한 상태이며 앞으로도 더 많은 주택 압류가 뒤따를 것”이라 전망,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향후 글로벌 경기회복의 향방을 결정지을 중요한 변수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은행권 부실 여전..양극화 현상 심화
글로벌 경제위기의 진원지였던 은행권의 부실도 여전한 상태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지난 2분기(4∼6월) 미국 시중은행 가운데 부실은행 수는 416개, 올 들어 파산한 은행 수는 94개를 기록했다. 이는 1990년대 초반 이후 최고치다.
파산한 은행은 대부분이 중소형 은행들이다. 씨티그룹, BOA 등 미 대형 은행들이 정부의 막대한 구제금융 지원책을 발판 삼아 부활을 노리고 있지만 중소형 은행들은 이 마저도 기대할 수 없는 실정. 이에 글로벌 금융위기로 은행권의 양극화 현상도 본격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금융위기를 초래한 은행권에 대한 규제 방안 마련이 논란이 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은행들이 자기자본 비율 강화, 재무 개선, 과도한 투자 금지 등의 감독안을 내놓고 있지만 은행권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헤지펀드의 귀재 조지 소로스는 이에 대해 금융 감독기관이 버블에 대한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같은 감독기관의 안이한 태도가 전후 최대의 경기 침체를 일으킨 금융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총재 역시 “금융 분야의 지금 시스템이 다시 재고돼야 하며 은행의 자본규제를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용 악화..내수 경기 하락 초래할 수도
대부분의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있지만 실업률 증가세는 쉽사리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일본, 유로존 등 선진국의 고용시장은 신흥국들에 비해 더 꽁꽁 얼어붙어 있다.
일본의 7월 실업률이 5.7%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미국과 유로존의 8월 실업률은 10%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WSJ가 전문가들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실업률은 향후 10.2%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이며 내년 말이나 돼서야 내림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미 연준(Fed)의 버냉키 의장은 이미 "10%대를 향해가는 실업률이 미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난관이며 고용시장의 회복이 관건"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로렌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역시 미국의 높은 실업률에 대해 “실업률이 받아들일 수 없는 높은 수준까지 올랐으며 이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출구전략은 불가피..시기와 방법은?
경기 침체 탈피를 위해 시행했던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인해 인플레이션과 자산 버블 현상 등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경기가 어느 정도 살아난 만큼 이제 출구전략을 시행해야할 시기가 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이스라엘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출구전략의 시작을 알리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런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는 출구전략의 실행이 시기상조라는 데 의견의 일치를 봤다. 시행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그 시기와 규모 면에서 세계 경제에 타격을 주지 않도록 조율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 공감하는 모습이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부 장관과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 주요 경제 수장들은 내수 경기 회복과 실업률 안정 등 실물경기의 회복을 좀 더 확인한 후에 실시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특히 출구전략의 핵심인 기준금리 인상은 각국의 협의 없이 이뤄질 경우, 세계 경제에 어려움과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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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 기자 core81@asiae.co.kr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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