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로 모기지 비즈니스가 급격히 위축된 가운데 월가의 투자은행(IB)이 생명보험 계약을 증권화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 담보대출 채권을 유동화 할 때와 같은 방식으로 생명보험 계약을 기초자산으로 증권화 한 상품을 개발해 투자자에게 판매한다는 것.
이는 보험 계약자가 빨리 사망할수록 투자자 수익률이 높아지는 소름 돋는 상품이지만 IB와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6일 보도했다.
국내에서 갑론을박이 한창인 이른바 보험전매 제도가 미국과 유럽에서는 보편화된 지 오래다. 생명보험 계약자가 자신의 보험 증서를 제3의 전매 업체에 매각하고, 업체는 계약자에게 보험금의 일부를 지급하는 한편 매달 불입하는 보험료를 부담한다.
이를테면, 1억 원짜리 보험계약을 매입한 업체가 보험 계약자에게 예상 수명을 고려해 30~40% 가량의 보험금을 미리 지급하고 월 보험료를 대신 납입하는 형태다. 난치병에 걸린 환자나 고령자 가운데 보험금을 남길 자녀가 없거나 생활고에 허덕이는 이들이 주로 보험 전매를 활용한다.
월가의 IB는 수백 건에서 많게는 수천 건에 달하는 생명보험 계약을 매입한 후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증권 상품을 개발, 연기금이나 헤지펀드를 포함한 기관 투자자에게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증권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보험 계약자가 사망할 때 약정된 보험금을 근간으로 수익금을 지급 받는다.
모기지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증권의 경우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거나 압류가 늘 때 투자자가 손실을 입는 반면 보험계약을 증권화 한 상품은 계약자가 예상 수명보다 일찍 사망할수록 투자자의 수익률이 높아진다. 계약자의 수명이 예상보다 길면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밖에 의학이 발달할수록 투자 리스크가 높아진다. 가령, 루게릭 환자의 비중이 높은 구조화 증권에 투자했는데 병을 치유할 수 있는 신약이 개발될 경우 채권 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손실을 입게 된다.
월가 IB의 수익 근간은 수수료로 모기지 채권을 기초로 한 증권 상품과 동일하다. 보험 계약자와 월가 IB를 중계하는 중간 브로커와 상품을 증권화 하는 IB, 증권의 신용등급을 매기는 신용평가사와 이를 판매하는 업체까지 각 과정에 관계된 금융회사가 수수료 수입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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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개발이 아직 구상 단계이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크레디트 스위스(CS)를 포함한 금융회사의 제안을 받아 생명보험 증권화 작업을 진행 중인 DBRS 관계자는 "최근 들어 관련 상품에 대한 금융업계의 문의가 쇄도해 전화기에 불이 붙을 지경"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월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비판과 우려가 적지 않다.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투자 리스크가 명백하게 드러난 모기지 증권의 구조를 그대로 복제한 상품이 또 다른 위기의 불씨가 될 것이라는 경고다. 특히 생명보험 계약을 기초자산으로 한 유동화 증권은 사실상 계약자의 사망에 베팅하는 셈이기 때문에 윤리적으로도 비난의 여지가 적지 않다고 NYT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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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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