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임혜선 기자]"아날로그 시대를 추억하다."


사회학자들은 흔히 직업이 사회의 거울이라고 말한다. 직업의 변화상을 통해 사회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도구가 바로 직업이라는 것.

오는 26일 방송될 KBS '수요기획- 아날로그의 추억-직업의 사회학'에서는 사라진, 혹은 사라져 가는 직업을 통해 세상을 봐라보는 시간을 가진다.


이날 방송에서는 손으로 그림을 그리던 극장의 간판 미술가, 일몰에 맞춰 직접 등대를 켜던 등대지기, 명절 전날이면 고향에 가려는 손님들이 입고 갈 양복 만드느라 분주했던 양복재단사들의 모습을 영화 배우 박상민의 눈과 목소리를 통해 살펴본다.

◇사다리에서 내려온 예술가들

영화 '장군의 아들'의 극장 간판을 그린 박태규 씨. 마지막 간판장이인 그는 광주 광역시 충장로의 오래된 낡은 극장에서 4년 전 마지막으로 간판을 그렸다. 지금도 그의 그림이 극장 입구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이곳은 그가 간판을 그리던 미술가임을 일러준다.


서울시내 개봉관의 영화 간판 미술가였던 김영준 씨는 지난 2007년 11월 자기 생애의 마지막 영화 간판을 끝으로 더 이상 간판을 그리지 않는다. 아니 그리지 못 한다.
방송에서 그는 평생 직업이라고 생각했던 간판을 더 이상 그리 지 못하게 되자 눈앞이 깜깜해지고 하늘이 무너 지는 기분이었다고 고백한다.


간판을 그리던 붓을 다시 들고 간판 대신 거리의 벽 앞에 선 김영준씨는 이제 거리의 벽화를 그리는 변화 미술가가 됐다.


제작진은 "사다리 위의 간판미술가들을 땅으로 내려 보낸 것은 다름 아닌 디지털실사"라며 "예전 같으면 일주일씩 걸러야 그리던 그림을 디지털 실사는 두 시간이면 뚝딱 끝낸다. 돈도 그만큼 절약될 뿐 아니라, 대 여섯 개의 스크린을 갖고 있는 멀티플렉스 극장에서는 옛 시스템으로는 도무지 기간 안에 간판을 제작할 수 없다. 세상이 달라지며 영화간판 미술가들은 이제 우리들의 기억 저 너머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등대지기 빛을 잃다.


소청도 등대에 사람이 사라진다.


'얼어붙은 달그림자 물결 위에 차고...' 어린시절 불렀던 동요의 한 조각을 대중들은 아직 기억한다.


거룩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지니고 있었던 등대지기. 그러나 그 옛날 등대지기는 이제 추억 너머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뱃길로 세 시간 반 거리의 소청도에는 25년간 등대를 지키며 살아온 등대지기 민병권 (50)씨가 있다.


지난 25년 어둠 속에 길을 잃은 배를 구한다는 신념 하 나로 살아오는 동안 유인등대는 점점 사라져 이제 사람 이 지키는 등대는 전국에 몇 남지 않았다. 디지털이 들어 오며 전국 해안이 DGPS를 설비해 무인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LP와 함께 떠난 DJ


음악다방 DJ를 추억하다.


음악다방은 때론 연인들의 꿈같은 데이트 장소이기도 했고, 누군가 에게는 실연의 아픔을 달래는 눈물의 장소였다.


CD가 대중화되던 1990년대 이후, 점차 사양길에 접어들었던 DJ는 이젠 손에 꼽을 정도로만 남아있는 상태. 세상에서 사라진 LP판과 함께 우리 사회에서 사라진 그들을 통해 우리는 직업이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임을 다시한번 깨닫는다.


◇양복재단사 디지털을 입다


김두한의 말년 맞춤 양복을 지었다던 이경주씨는 할아버지 아버지의 뒤를 이어 3대째 양복점을 운영하는 양복재단사다.


한 때 종로에서 제일 좋은 자리에 있던 양복점은 종로 개발로 점점 그 터전을 잃어 이제 양복점은 서대문에 위치하고 있다.


수제 양복을 찾는 이들이 점점 줄면서 양복점도 점점 줄었고, 70년대만해도 은행원에 버금갈만큼 인기직종이었던 양복재단사는 점점 외면하는 직종이 됐다.


◇달라진 세상, 새로운 옷을 입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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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달라졌다. 사라진 것을 추억만 하기엔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제작진은 "세상이 달라지며 우리가 선호했던 직업, 사회적으로 각광받던 직업은 하나씩 둘씩 기억 저 너머로 사라지고 있다. 변화하는 시대, 변해야만 살아남는다는 진리는 직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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